저스틴 토머스(27·미국)는 ‘파워 장타자’다. 2013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17승을 쌓은 초고속 성공비결이 ‘일단 멀리 치고 보자’는 ‘묻지마 장타’에 있었다는 게 많은 골프비평가들의 분석이다. 멀리만 보낼 수 있다면, 러프에 박힌 공이라도 강한 힘으로 찍어 올려 홀에 붙이는 ‘밤 앤드 가우징(bomb and gouging)’ 기술을 쉽게 구사할 수 있어서다. 시즌 샷지표에서도 이런 특성이 드러난다. 티잉그라운드에서부터 그린까지 공을 올리는 ‘티 투 그린’ 기술이 타수 줄이는 데 공헌한 지수가 전체 6위(1.728), 아이언 등으로 정규 타수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리는 능력인 ‘어프로치 투 그린’ 지수가 8위(0.958)다.
반면 퍼팅지수는 0.031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전체 선수 중 120위다. 그런데도 그는 올 시즌 우승 두 번, 3위 한 번 등 빼어난 성적으로 페덱스와 상금 랭킹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볼 때리기’ 능력으로 먹고산다는 얘기다.
그랬던 그가 퍼팅까지 물오른 ‘올라운드 플레이어’ 면모를 조금씩 갖추고 있는 듯하다. 지난 20일 멕시코 차풀테펙 골프클럽(파71·7355야드)에서 개막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이 그랬다. 그는 사흘간 15언더파를 쳐 1타 차 단독 선두까지 내달았다. 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GIR) 퍼팅 실력이 72명의 출전 선수 중 2위에 오르는 등 퍼팅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퍼팅으로 타수를 줄인 지수(SG퍼팅) 순위에서도 4위에 올랐다.
골프닷컴은 ‘토머스의 변화’를 새 코치와 함께한 퍼팅연습법과 연결지었다. 토머스는 이번 대회 내내 실과 티를 퍼팅연습에 활용했다. 약 5m 정도의 퍼팅 구간에 실을 맨 티 두 개를 꽂아놓고 실이 연결된 방향으로 직선 스트로크를 하는 방식이다. 많은 선수들이 애용하는 이 ‘평범한’ 훈련을 토머스가 신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퍼팅한 공이 직선 라인에서 벗어나 홀쪽으로 언제부터 휘면서 굴러가는지, 즉 ‘브레이크 포인트’를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선이 공의 수직 선상 위에 놓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봤을 때 공 위를 지나가는 실이 정확히 공을 ‘적도’ 모양으로 양분하면 제대로 된 셋업이라는 얘기다.
공 한 개가 겨우 지나갈 만한 ‘티 게이트’를 활용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공의 첫 출발 방향, 즉 ‘스타트라인’이 이 연습의 핵심 중 하나라는 걸 시사한다.
퍼터 헤드 힐을 살짝 들어올린 셋업도 의미심장한 변화다. 퍼팅 코치인 맷 킬런은 “페이스 로테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퍼팅 셋업을 했던 3년 전 메이저 챔프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퍼팅능력 지수는 투어 43위. 힐을 슬금슬금 바닥에 붙인 지난해 그의 퍼팅능력 지수는 144위까지 떨어졌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