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위성정당(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서울 구로을 출마를 준비 중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조하는 당내 인사들이 상당수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도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닌, 시민이 뽑는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다른 형태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비례한국당) 창당을 ‘꼼수’ ‘괴뢰정당’ ‘민주주의 파괴’라고 맹비난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칫 ‘제1당’ 지위를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만만치 않다. 정당 득표율이 높더라도 지역구 당선자가 많으면 비례의석이 확 줄게 돼 “이대로 가면 20석을 지고 들어간다”는 선거공학적 현실론인 셈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설립한다면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피해 가기 힘들 것이다. 선거제 개편 논의에서 제1야당을 철저히 배제시켜 형평성을 주장할 처지도 못된다. 정치개혁을 명분 삼아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인 결과가 이런 ‘꼼수’라면 비례 몇 석 더 얻으려다 소탐대실할지도 모른다. ‘4+1 협의체’에 속한 군소 정당들의 반발도 무시 못한다.
총선이 50일 앞인데 한국 정치는 미래를 위한 공약 개발은커녕 퍼주기 경쟁만 한창이고, ‘셀프 제명’이니 위성정당이니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의 연속이다.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이 39개이고 창당을 준비 중인 정당도 29개에 이른다. 투표용지 길이가 50㎝를 훌쩍 넘게 생겼다. 정치가 이렇게 가벼워서야 국민이 무슨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