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주가 하락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저가 매수 기회입니다.”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로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날로부터 12개월이 지난 시점에 글로벌 주식은 40% 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적 투자자인 토포 회장은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과 손잡고 2012년 TCK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초고액 자산가, 기업가들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자문사로 국내에선 2012년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도 미국 증시가 글로벌 시장 선도”
토포 회장은 신종 코로나가 1분기 안에 진정되면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아직까지 사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비교해 사망률이 낮고 사망자의 80%가 60대 이상으로 미국의 계절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다만 사태가 2분기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아시아 신흥국 경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에도 미국과 유럽 역시 소폭 영향을 받겠지만 미국 시장의 매력은 여전하고, 올해도 글로벌 주식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통화 완화 △미국 기업 실적 개선 △미·중 무역합의 등 요인을 근거로 들었다.
토포 회장은 “지금과 같이 인플레이션이 낮은 경제 팽창기에 주식시장은 더 많이 오른다”며 “최근 10여 년간 이어진 강세장에서 미국 기술주가 8배 상승했지만 1990년대 강세장에서 18배 오른 경험도 있다”고 했다.
헬스케어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10년간 헬스케어에 지출하는 돈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이 있고 이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차 등 구조적인 변화에서 혜택을 받는 업종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삼성전자 등 반도체 종목은 부담스러운 가격 수준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에 민감하고 특히 중국 수요에 따라 업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버블(거품) 경계해야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 채권 등 이해하기 쉽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토포 회장은 “대체 투자는 대부분 유동성이 떨어지고, 구조화돼 있는 데다 높은 레버리지(차입)를 사용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다”며 “전문적인 소양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 개별 종목에 대한 리서치가 어렵다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사모펀드 시장은 진입장벽이 완화되면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운용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불완전한 투자상품을 개발해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토포 회장은 “한국에서 금리연계 파생상품펀드(DLF), 라임자산운용 같은 문제가 터진 것은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주는 상품에 투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과도한 수익률을 약속하는 사모펀드는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