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보도에 일침 가한 문 대통령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한 것 자랑스럽게 생각"

입력 2020-02-11 16:37
수정 2020-02-11 18:21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강제징용 피해자를 변호한 경험 때문에 문 대통령이 피해자 중심주의를 고수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는 국제사회의 원칙"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해당 보도 내용을 접한 뒤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를 한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피해자 중심주의는 소송대리인으로서의 경험이나 대한민국의 입장과 상관이 없는 국제사회의 원칙”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한·일 갈등이 해빙기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피해자의 동의를 최우선시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문 대통령의 개인적 경험이나 판단에 따라 정해진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합의에 따른 ‘원칙적 대응’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전한 셈이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일의 현장, 문 대통령의 실상’이라는 주제의 시리즈 첫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대표 변호사로 있던 부산종합법률사무소가 강제징용 소송에서 피해자를 변호한 일이 현재 문 대통령의 피해자 중심주의의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계자에게 이 같은 보도 내용을 듣고는 “(요미우리 신문은 내가 강제징용 피해자의 소송대리인을 한 것을 문제 삼지만) 나는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변호사를 할 때 대형법인에서 활동하지 않았고 (변호사를 휴업할 때에도) 사외이사 등 (영리적) 활동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일본 언론이) ‘소송대리인 프레임’을 걸 수는 있겠으나, 피해자 중심주의는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소송대리인으로서 피해자의 마음은 제가 (누구보다) 더 잘 안다”면서도 “소송대리인 경험 때문에, 대한민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하려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국제사회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도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하지 않아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 역시 피해자 동의가 가장 큰 원칙”이라고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철학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합의된 대원칙”이라며 “마치 (문 대통령이) 소송대리인의 입장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접근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인 2005년 8월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으로 만들어진 민관공동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했고, 당시 위원회에서도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소멸된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며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문제 대응을 문 대통령의 개인적 경험과 연결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