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간 자녀 때문에…아파트 청약 부적격이라니"

입력 2020-02-05 18:03
수정 2020-02-06 01:19
아파트에 청약할 때 유학 간 자녀를 부양가족으로 계산했다가 부적격 처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하는 등 청약 신청자와 함께 거주하고 있지 않은 피부양자는 부양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려서다. 분양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부양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인 거주 요건만을 강요해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반분양을 진행한 서울 주요 단지에서 유학 간 자녀를 부양가족으로 포함해 청약가점을 계산했다가 뒤늦게 당첨이 취소된 사례들이 잇따랐다. 지난달 분양을 마친 개포프레지던스자이와 위례호반써밋, 래미안라클래시, 힐스테이트창경궁 등 최근 4개월간 서울에서 분양한 거의 모든 단지에서 비슷한 유형의 탈락자가 나왔다. 특정 단지에선 이 때문에 당첨이 취소된 사례가 10건이 넘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등지에서는 해당 특별·광역시, 시·군에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으로 일정 기간 계속해 거주한 주민에게 우선공급 물량을 배정한다. 해외 거주자는 우선공급을 받을 수 없다. 서울은 ‘최근 1년 이내에 출국한 후 연속해 90일을 초과 체류하거나 전체 해외 체류 기간이 183일을 넘긴 경우’가 해외 거주자로 규정된다. 당초 연속 30일 이상이었지만 해외 출장이나 연수 등을 나갔다가 부적격자가 된 사례가 많아지자 지난해 11월 제도를 완화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계속거주 요건을 부양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하면서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주요 지방자치단체에 청약 체크리스트를 배포하면서 부양가족 역시 계속거주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다.

가점을 새로 계산해 당첨 커트라인 안에 들어오면 당첨 지위가 유지되지만 그 미만이 되면 당첨이 취소된다. 부적격자가 돼 1년간 재청약도 할 수 없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주가 명시된 것은 2018년 말이지만 지난해 중순까지도 부양가족은 문제 삼지 않았다”며 “지난해 말 한 단지에서 부양가족의 해외 체류는 문제가 없는지 문의하자 그 이후 분양하는 단지부터 뒤늦게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규정이 원칙에만 매몰돼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규정대로라면 군대에 간 자녀,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자녀, 요양원에 거주하는 부모 등을 모두 부양자에서 제외해야 한다. 군대 간 자녀는 정부가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직업군인을 제외하면 부양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A단지에서 청약이 취소된 권모씨는 “내 돈으로 아들을 뒷바라지하고 있고 주민등록도 같이 돼 있는데 부양가족이 아니라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당첨 가점이 치솟은 상황에서 부양가족(인당 5점)이 한 명이라도 제외되면 당첨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