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폰 꺾고 1위 탈환한 애플, '신종 코로나'에 기세 꺾이나

입력 2020-02-02 08:00
수정 2020-02-28 00:31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자리에 올라선 애플이 올해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애플이 중국 본토의 모든 매장을 임시 폐쇄한다고 밝히며 최대 시장인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중국 현지에 핵심 생산 체인이 모두 밀집돼 있어 아이폰 생산까지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7290만대, 전체 시장 점유율을 18%를 기록해 7000만대를 판매한 2위 삼성전자를 근소하게 앞질렀다고 지난 31일(현지시간) 밝혔다. 분기 기준 애플이 삼성을 꺾은 건 2년 만이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 11' 시리즈의 흥행이 컸다.

그러나 애플이 호실적을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애플의 중국 시장 아이폰 판매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12월 애플은 중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8% 이상 늘어난 318만대의 아이폰을 출하, 아이폰 자체 월별 중국 판매량 최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중국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애플은 지난해 4분기 918억2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깜짝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애플은 직접 올해 1분기 실적이 신종 코로나로 발생할 수 있는 '차이나 리스크' 때문에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애플은 올 1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630억~670억달러로 크게 낮춰 잡았다. 전 분기 대비 35%나 급감한 수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애플 분기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몇 주간 신종 코로나 애플 소매 판매량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플은 오는 9일까지 중국 본토 모든 매장을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애플은 1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사람들과 바이러스 연구 및 억제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 한다"며 "중국 내 매장뿐만 아니라 사무실과 고객센터의 문을 닫는다"고 설명했다.

또 애플은 자사 매뉴얼대로 중국 내 직원들 이동을 제한하고, 타 매장들 영업 시간을 단축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중국 전역에 1만명에 이르는 직원을 두고 있다.

아울러 애플은 직원들의 중국 출장을 '경영 활동에 매우 중요한 상황'으로 제한하고, 매장 청소와 직원들의 체온 점검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더 큰 우려는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후베이성 부근에 밀집된 애플의 핵심 공급 체인에 바이러스가 덮쳐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경우다. 이 지역에는 애플의 주요 생산 공장인 대만 폭스콘 등이 있다.

이미 중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우한 지역의 애플의 몇몇 부품 공급업체와 우한 외 지역 생산시설의 조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전문 분석가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애플 제품을 양산하는 중국 공장들이 신종 코로나로 대규모 생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애플이 4년 만에 새롭게 출시할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의 후속작인 '아이폰SE2(혹은 아이폰9)' 예정 출시일이 당초 알려진 3월에서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아이폰11 시리즈 후속 플래그십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쿡 CEO는 "애플은 우한 지역에 몇몇 공급업체를 두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에 면밀히 모니터링해 대책을 추가로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신종 코로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미 전부터 중국서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했을 뿐더러 갤럭시의 실적에서도 중국 시장 비중이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