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양고기 값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약 50% 오른 데 이어 올 들어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대규모 산불로 호주 축산업계가 피해를 입으면서 양고기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주산 양고기 가격은 이달 들어 사상 처음으로 100㎏당 600호주달러(약 47만8000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에는 100㎏당 500호주달러 수준이었으나 산불 사태가 커진 뒤 약 4개월 만에 20%가량 뛰었다.
양고기 가격 폭등은 사육하는 양이 많은 지역에 산불 피해가 집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산불로 재산 피해가 가장 큰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빅토리아주에는 호주에서 사육하는 전체 양의 약 13%가 몰려 있다. 농업 전문 시장조사업체 메르카도는 이번 산불로 약 170만 마리의 양이 희생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양의 먹이가 되는 목초지도 대거 소실돼 호주 양고기 생산량은 한동안 예전 수준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축산공사(MLA)에 따르면 산불 피해 지역에는 약 8만 곳의 목초지가 있다.
FT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호주산 양고기 값이 산불 사태로 더 뛰었다”고 분석했다. 호주산 양고기는 중국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지난해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돼지고기 수급이 어려워지자 중국이 호주산 양고기 수입을 대폭 늘린 영향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양고기를 전년 대비 42% 더 많이 사들였다. 이런 영향 등으로 호주산 양고기 가격은 지난해 약 50% 상승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