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도 아니고, 진짜 벼랑 끝으로 내몰린 느낌입니다.”
중국 중부도시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여행을 계획했던 여행객들이 우한 폐렴 소식을 접하고 여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일본여행 불매와 홍콩 시위로 인해 ‘이중타격’을 받은 여행업체들은 새해부터 갑작스럽게 터진 초대형 악재까지 겹치면서 ‘삼중고’에 빠졌다. 사실상 패닉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중국의 설)를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설 연휴 전후로 1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바운드(외국인 방한객) 관광업계에도 초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1~2월 중국여행 취소 수천 명 달해
중국여행 상품 비중이 전체의 20% 수준인 하나투어는 ‘우한 사태’가 심각해진 지난 20일부터 중국여행 예약 취소가 급격히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집계가 잡히진 않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약 20%나 늘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중국여행 상품 비중이 높은 모두투어는 20~21일 이틀 동안 중국여행 취소가 무려 1000건을 넘어섰다.
노랑풍선, 참좋은여행도 정확히 집계 하지는 않았지만 문의만 있던 지난주와 달리 이번주 들어서는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는 1~2월 중국여행 취소가 예년에 비해 15~20%나 늘었다. 다만 중국여행 상품 판매 비중이 10% 미만이어서 여파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주요 대형 여행사들도 이번주에만 중국여행 취소 인원이 각사에서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여행사가 한 달 유치하는 중국여행객 수가 1만~1만2000명인 것을 고려할 때 10%에 달하는 인원이 이번 주에 취소한 셈이다.
우한 폐렴이 전염병이다 보니 우한으로 직접 가지 않는 상품도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장자제의 경우 우한을 거치기 때문에 예약 취소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 태국 마카오 등 중국 외 동남아시아 지역 중 확진자가 발생한 곳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지역 여행상품에 대한 예약 취소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언제 종결될지 몰라 더 불안”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을 맞이하는 여행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우한 폐렴이 ‘제2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전파를 저지하는 게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설 연휴가 포함된 이달 24~30일에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1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우한 폐렴에 대한 주의사항 등을 담은 공지문을 한국어와 중국어 등으로 홈페이지에 공지할 예정이다. 다수 인바운드 여행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여행업협회(KATA)도 우한 폐렴 발생 관련 유의사항에 대한 외교부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질병관리본부의 주의사항을 회원사에 전달했다.
국내 면세점도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연초부터 중국 단체관광객의 귀환과 춘제라는 호재로 모처럼의 대목을 기대했지만 현상 유지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한 폐렴이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확산하고 종결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2003년 사스와 2013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각종 행사가 연기 혹은 폐지되고 여행객 수가 절반이나 줄었던 악몽 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여행 불매, 홍콩 시위 등으로 여행업계가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는데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우한 폐렴에서 비교적 안전한 지역 상품을 개발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