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가 끝나고 3주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이 돌아온다.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지 않더라도 총선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여당은 물론 청와대가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다. ‘문재인 청와대’ 직함을 받아들고 선거전에 뛰어든 참모 숫자만 줄잡아 70여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야당은 ‘폭정 심판론’을 앞세우고 있지만 본질은 경제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연거푸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는 낙관론을 주문처럼 되풀이하면서도 수십조원의 퍼주기 예산을 1분기에 몰아쓰기 위해 당정이 필사적으로 나서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용과 수출, 소득 등 각종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발표 이면에는 기저효과가 자리잡고 있다. 역대 최악의 지난해 경제 성적표가 받쳐주는 ‘화장발’이다.
文정부 3년, 경제는 나아졌나
재정 조기집행에 더해 수많은 선심성 공약까지 쏟아지고 있다. 여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 내건 ‘전국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제공’이 “임팩트가 약하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더 센 카드를 쓸 태세다. 이미 주요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는 면제를 받았다. 아동수당 인상, 기본소득제 시행 등 ‘믿거나 말거나’ 공약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청와대도 거침이 없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기다렸다는 듯 청와대 참모들이 앞다퉈 ‘장밋빛 전망’을 알리는 여론전에 뛰어들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까지 1시간에 가까운 언론 인터뷰를 마다하지 않는다. “참모는 입이 없다”는 불문율도 사라졌다. 발언 수위 역시 청와대 특유의 절제와는 거리가 멀다. 부동산거래 허가제라는 초헌법적 발언이 나와도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간다. 오로지 표심을 좇아갈 뿐이다.
청와대의 호언장담이 두드러져 보이는 이면에는 관료사회의 순응이 있다. 이전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18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주일 앞둔 2012년 4월 기획재정부는 정치권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당시 기재부 복지 태스크포스(TF) 간사를 맡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여야의 복지분야 총선 공약 비용만 268조원에 달한다는 추계를 내놨다. 당시 예산의 80%에 달하는 규모로,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발표하자 정치권이 발끈했다.
여권의 폭주와 방관하는 정부
급기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재부에 선거법 위반을 경고하고 나섰고, 홍 부총리는 “정치권에서 제기한 복지 문제를 검토하는 것은 재정당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TF를 이끌던 기재부 차관은 현 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을 맡은 김동연 전 부총리였다. 홍 부총리는 그러나 역대급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이 예고된 이번 총선에서는 침묵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혼돈의 4월 총선이 어떻게 끝나든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다. 여당의 희망대로 압도적 지지를 받든, 원내 1당의 지위를 잃고 참패하든 ‘푯값’을 달라는 압박이 커질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끝날 때까지 ‘3’을 한 번 찍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지난해 2%에 턱걸이했던 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숫자로 확인받겠다는 뜻일 게다.
청와대의 이 같은 기대가 ‘근자감’이었는지, 지금까지의 낙관론을 되풀이한 것이었는지도 선거라는 신기루가 걷히면 알게 될 것이다. 여권 내부에선 벌써 상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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