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업체가 유독 고령화를 두려워하는 이유

입력 2020-01-20 17:58
[01월 20일(17:58)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연초부터 음식료 업체들이 분주합니다. 올해가 기업 가치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입니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은 매년 초 주요 산업에 대한 신용 전망을 발표합니다. 산업에 속한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지, 내릴 가능성이 높은 지 등을 분석해 공개합니다. 이를 위해 산업별 분석이 꼼꼼히 이뤄지고요.

음식료 산업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전망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 전망을 보면 '최악' '위기' '경고' 등 갖가지 부정적 전망이 가득한데 음식료 산업은 그나마 '안정적' '중립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음식료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이익변동성이 낮은 편입니다. 외형 성장률은 낮지만 필수소비재로 다른 산업 대비 매출 변동성이 크지 않거든요. 또 오랜 기간에 걸쳐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기 때문에 일종의 과점 구조도 형성돼 있고요.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국내 음식료 업체들의 속마음입니다. 일단 경제 성장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 위주인 음식료 산업은 오랜 기간 성장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펩시 필리핀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필리핀 현지 시장에서 음료 사업을 강화하고, 미얀마나 파키스탄 등으로 계속 진출하려는 것이 이같은 이유에서 랍니다. 롯데칠성음료 뿐만 아니라 상당수 업체들이 이익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변경하고 신사업이나 해외 매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음식료 산업의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고령화와 유소년층 인구 감소 추세가 아동과 청소년층을 주 소비자로 삼고 있는 유제품·제과업계 수요 기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오리온이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사업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18년 연결 매출 기준으로 오리온의 해외 비중은 66%에 이르고 있답니다.

음식료 산업 자체는 크게 출렁이지 않지만 각 업체의 사업 방향은 전략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주요 음식료 업체를 봐도 올해 주력하고 있는 사안들이 조금씩 다릅니다.

신사업 확대나 해외 진출에 무게중심을 두는 업체도 있고, 일단 불어난 재무부담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둔 업체도 있습니다. 올해 음식료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2018~2019년에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주력 제품의 판가를 이미 올렸습니다.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를 이유로 말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추가적인 제품 가격 인상 여력이 별로 없습니다.

여기에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 상품을 확대하는 등 영향력을 키우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답니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 올해 음식료 업체들의 신용등급은 산업 이슈 보다 개별 업체의 이슈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해태제과식품과 CJ제일제당, 하이트진로 등입니다. 해태제과식품은 '허니버터칩' 매출 감소와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이익창출능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빙과 부문은 2012년부터, 냉동식품 부분은 2016년부터 영업손실이 났고요.

CJ제일제당은 국내외 사업 확장 투자와 인수합병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크게 악화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맥주 부문에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신제품 판촉 증가로 손실이 확대돼 고전하고 있고요. 다만 일본제품 불매 운동과 수입 맥주의 성장세 둔화 등 국산 맥주 시장에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데다 '테라' '진로이즈백' 등 신제품 판매 호조 덕분에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답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