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로 700% 수익 낸 부광약품, 이번엔 투심 잡기?

입력 2020-01-10 08:44
수정 2020-01-10 08:45
[01월 10일(08:44)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요즘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이 화젯거리로 많이 올리는 기업이 있습니다. KB금융지주 얘깁니다. 각종 인수합병(M&A) 주체로 거론된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말 단행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 때문입니다. 일반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동시에 얻었다는 것이죠.

제약업계에서도 KB금융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부광약품입니다. 부광약품은 지난 8일 자사주 약 191만6000주를 매입해 소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늘 4월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고요. 약 250억원 규모입니다. 부광약품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발표 직후 부광약품의 주가는 상승했고요.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에서도 자사주 매입 후 소각 결정이 호재로 작용한 겁니다.

자사주 매입은 갖가지 긍정적 혹은 부정적 작용을 합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에 대해 은연 중에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게 사실입니다. 일부 대기업이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사주를 활용해온 사례가 많아서입니다. 계열사간 합병이나 주식 교환,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사 설립, 자진 상장 폐지 등이 있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을 이끌고 있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최근 "일정 규모 이상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은 자사주 소각을 검토해야 하고, 미소각 땐 주주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기업이 너무 많은 자사주를 떠안고 있으면 주가 상승을 제한하기도 하고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 단기적으로 주가 부양 효과가 생깁니다. 매입한 자사수를 소각해버리면 나중에 기업이 갑자기 자사주를 시장에 내놓을 것이란 우려도 미리 잠재울 수 있고요.

시린메드와 안티프라그 등으로 잘 알려진 부광약품은 대형 제약사들이 격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해 성공하기 힘든 시장) 보다는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에서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정 부분 전략이 통하기도 했고요.

부광약품은 현재 당뇨병 치료제, 파킨슨병 부작용 치료제, 전립선암 치료제 등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조현병 신약도 준비하고 있고요. 최근엔 일반 의약품과 건강 기능 식품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브랜드 품목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잠시 중단했던 광고도 재개하고 홈쇼핑도 적극 활용하고 있답니다.

특히 해외 치약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2018년 2월 캐나다에서는 판매 허가를 받아 10월부터 판매하고 있죠.

무엇보다 부광약품이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벤처 투자 역랑 때문입니다. 부광약품은 해외 바이오 벤처 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거든요. 해외 바이오 벤처 기업을 발굴해서 투자하고 회수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신약 개발의 위험 부담까지 줄이고 있답니다.

실례로 2017년 미국 제약사 콜루시드에 투자하 수익을 회수해 투자 원금 대비 약 400%의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지분 투자한 캐나다 제약사 오르카파마가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에 인수되면서 약 700%의 수익을 창출했고요. 지난해에는 미국 신생 바이오테크인 사이토사이트 바이오파마에 대한 투자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9월엔 나스닥 상장사인 아슬란 파마슈티컬과 조인트벤처 설립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부광약품을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면역항암제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고요. 부광약품이 앞으로도 수익과 투심,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좀 더 지켜보면 좋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