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장수 CEO'마저 떠나는 한화손보, 보험료 인상으로 위기 돌파할까

입력 2020-01-09 17:06
수정 2020-01-09 17:07
≪이 기사는 01월08일(16:0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화손해보험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서다. 자본적정성마저 흔들리고 있어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절실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7년간 한화손해보험을 이끈 박윤식 사장마저 올 3월 회사를 떠나기로 한 상황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경영관리 대상에 편입됐다. 한화손해보험은 주기적으로 금감원에 경영관리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미흡한 부분에 대한 개선 조치가 적기에 이뤄지고 있는지도 점검 받아야 한다.



한화손해보험은 보험회사의 고유 업무인 보험계약 인수와 보험금 지급 관련 발생하는 위험을 의미하는 보험리스크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부문의 손해율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지금 수준의 손해율이 지속되면 한화손해보험의 자본적정성이 중기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부터 한화손해보험을 이끌었던 박 사장은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장직을 그만둘 전망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후배들을 위한 용퇴지만 업계에서는 악화한 경영 상태에 대한 책임을 안고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실손의료보험료를 10%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각 보험회사에 실손의료보험료를 10% 미만 한 자릿수로 인상하라고 지침을 제공했다. 다만 한화손해보험은 경영관리대상에 포함돼 이같은 지침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업계에서는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이 이뤄지면 올해 이후 어느 정도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손해보험의 지난해 1~9월 누적 순이익은 155억원이다. 지난해 전체로는 200억원을 간신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1492억원에서 2018년 823억원으로 대폭 줄더니 지난해에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손의료보험을 포함한 장기위험손해율은 100.7%로 2018년 94.4% 대비 6.3%포인트 상승했다. 경과손해율도 82.6%에서 82.9%로 0.3%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갱신 주기가 도래하는 실손의료보험 비중이 컸지만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른 풍선효과 등으로 손해율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회사는 한화손해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에 나섰다. 한화손해보험이 개선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업 역량에 변화는 없는지를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영업 기반이 축소될 수 있고, 개선 조치가 적기에 이행되지 않으면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