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비 활용에 추경편성까지…공수처 예산 고심하는 與

입력 2020-01-07 17:41
수정 2020-01-08 01:22
여당과 정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을 위한 예산 확보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에는 관련 예산이 빠졌기 때문이다. 당정은 타 부처 예산 전용, 예비비 사용, 추가경정예산안 반영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수처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공수처법이 조만간 공포되면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 시행된다. 이르면 오는 7월께 공수처를 설립하려면 관련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지난해 공수처법이 예산안보다 늦게 처리되면서 올해 공수처 설립 용도로 잡힌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예산 전용이 우선이다. 국가재정법상 예비비를 쓰려면 이·전용 등 다른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편성토록 한 보충성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공수처법 설립 방안을 함께 논의한 법무부의 예산을 전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연초여서 어느 항목의 예산을 전용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미 짜인 올해 법무부 예산은 집행 계획이 다 정해져 있어 전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예비비 편성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산 편성이 안 된 정부 부처를 설립할 때는 예비비를 쓰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7년 8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22억4400만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다. 다만 예비비는 보충성 외에 예측불가능성, 시급성, 불가피성 등 편성 요건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생기는 일이 많다.

여당 일각에서는 추경 편성 때 공수처법 예산을 반영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올해에도 대외환경 악화로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추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추경에 공수처 예산을 태우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다만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공수처법 설립이 해당될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공수처 운영에는 연간 100억원 이상의 운영비가 소요될 전망이다. 공수처 예산의 주요 항목으로는 처장과 차장, 검사, 수사관 및 기타 공무원까지 85명 이내 규모 공무원의 인건비와 사업비(사활동비), 인사위원회 등 위원회 운영 비용 등이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016년 공수처법을 발의하며 91인의 인건비와 기타 비용, 수사처 인사위원회 등 위원회 운영경비까지 더해 연간 13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비용추계서를 함께 제출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