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란 군부 실세를 제거한 미군의 공습을 비난하며 “중동이 ‘미국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2인자’였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 3일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데 따른 위기를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5일 “최근 세계 군사 전문가들이 미국이 중동지역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친미 국가도 내부의 정치·경제적 위기를 핑계로 미군의 파병 요청에 소극적으로 동참해 미국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중동 정세를 한반도 상황에 빗대 핵 등 전략무기를 포함해 자체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참수작전(수뇌부 제거 작전)’ 형태로 이뤄진 미군의 솔레이마니 제거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북한 체제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내 반미 국가들과 수십 년 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북한산 무기가 이들 지역으로 흘러가 북한 외화벌이에 이용된다는 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이 두 지역(북한과 이란)에서 적대정책을 펼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상황을 유리한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 중동 문제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도발을 할까 봐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