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동성 파티…신흥국株 주목하라"

입력 2020-01-01 17:25
수정 2020-10-27 15:55

올해는 안전자산인 채권보다 위험자산인 주식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만에 동시다발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게 배경이다. 넘치는 유동성이 자산가치를 밀어올리는 ‘유동성 파티’가 다시 시작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 국내 주요 증권회사 열 곳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올해 증시 전망과 투자 배분 전략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센터장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각국의 금리 인하 정책을 고려해 올해는 신흥국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적극 늘릴 것을 권유했다. 미 국채, 금, 현금 등 안전자산 위주로 추천했던 지난해와 사뭇 달라졌다.

올해 비중을 늘려야 할 자산으로는 신흥국 주식이 첫 번째로 꼽혔다. 이어 국내 주식, 선진국 주식 순이었다. 채권은 모두 주식에 밀렸다. 채권에 투자한다면 그나마 신흥국 채권이 나을 것으로 추천됐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으로 시장이 오르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10년 넘게 상승한 미국보다는 조정을 받아 매력이 높아진 중국 등 신흥국이 수익을 낼 여지가 더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식도 기업 실적 개선 전망에 따라 지난해보다는 유망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진국 채권, 금 등은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이 뚜렷해질 경우 금리 인상 기조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며 “채권 매력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hr >"글로벌 IT 랠리 계속된다…미국 기술株·한국 반도체株 담아라"


국내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정보기술(IT)주가 이끄는 글로벌 주식시장 랠리를 예상했다. 지난해 ‘나홀로 약세’를 보였던 한국 증시도 반등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해결의 가닥을 잡고 있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정책을 펴고 있고, 기업 이익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장들은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모두 반도체 등 IT 관련 주식에 다시 관심을 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다시 시작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간판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센터장 10명 모두 늦어도 올 상반기 반도체 업황의 뚜렷한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1분기 안에 D램 가격 반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유망한 국내 주식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7명이 삼성전자를 추천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함께 폴더블 스마트폰의 인기, 통신장비 시장 성장 등을 호재로 꼽았다. SK하이닉스, 삼성전기, 카카오(각각 2명) 등도 추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및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소재·장비·부품주도 유망주로 추천됐다.

비중을 줄여야 하는 업종으로는 건설, 보험이 가장 많이 꼽혔다. 건설업종은 분양가 상한제, 대출 규제 강화 등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험산업은 저금리 환경에서 손해율도 높아지고 있어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4차 산업혁명 주인공은 美 기술주

지난해 대비 상대적인 매력을 따지면 신흥국 주식이 낫지만 미국은 올해도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낙관적인 경기전망, 미·중 1단계 무역합의, 기술주의 선전,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등 호재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대부분 올해 전체 투자 자산의 20%가량을 미국 등 선진국 주식에 배분하기를 추천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주식이 많이 올랐지만 실적 개선폭이나 유동성 확대에 비하면 고평가라고 보기 어렵다”며 “연말 대통령선거 등 불확실성이 있지만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만 “다른 국가에 비해 지난 수년간 높은 수익률을 낸 만큼 상대적으로 상승폭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뉴욕증시 랠리 주역은 여전히 기술주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센터장 10명 중 9명이 마이크론, 퀄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및 반도체 기업을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1차 협상이 타결되면서 미국 IT 기업의 대(對)중 반도체 매출 우려는 일단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김지산 센터장은 규제 완화와 미 국채금리 반등 등을 이유로 금융주를 추천했다. 윤희도 센터장은 미국의 산업용 부동산 리츠인 ‘아메리칸타워’를 주목할 종목으로 꼽기도 했다.

중국에 주목하라

올해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달러 강세가 일단락되면서 신흥국으로 자금이 옮겨갈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신흥국이 타격을 입었지만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면 가장 탄력적으로 움직일 국가도 신흥국일 것이란 얘기다.

특히 중국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센터장 중 25%(복수응답 포함)는 중국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지목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시장은 무역분쟁 우려가 가장 크게 반영됐다”며 “글로벌 경기 사이클 저점 통과 시 반등세가 가장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이 유망하다는 응답도 12.5%에 달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가 강세를 보이면 브라질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브라질 연금개혁안 통과가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성장이 돋보이는 곳으로 인도와 베트남을 꼽고 적극적인 비중 확대를 권유했다.

강영연/전범진/설지연 기자 yykang@hankyung.com

설문에 참여한 리서치센터장 (가나다 순)
김지산 키움증권 박기현 유안타증권
서영호 KB증권 오현석 삼성증권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이창목 NH투자증권
정연우 대신증권 조용준 하나금융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