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落傷)은 넘어지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는 것을 뜻한다. 경제개발 시기에는 공사장 또는 높은 작업장에서 추락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낙상이 주 관심사였다. 지금은 산업 안전이 강화되면서 산업재해와 관련된 추락 사고는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산업현장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낙상이 아니라 일상생활 중 넘어져 다치는 낙상이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노년층의 낙상 사고가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발생해 주의해야 한다. 실내에서는 물기가 있는 화장실·부엌에서 미끄러지거나, 문턱 또는 장애물에 걸리거나, 어두운 밤에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다 넘어지는 일이 흔하다. 실외에서는 고르지 않은 바닥, 계단, 등산로 등에서 낙상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겨울철에는 미끄러운 도로, 비탈, 계단에서 넘어지는 빈도가 높아진다.
한국과 미국의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는 낙상에 따른 합병증 예방법이 잘 나와 있다. 노인들은 넘어지면 10명 중 1명은 뇌손상을 입거나 엉덩이뼈·넓적다리뼈가 골절된다. 대부분 입원 치료와 수술이 필요하다.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욕창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 장기간 입원하면 근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골절 등의 치료가 잘 되더라도 걸음걸이가 전보다 불편해져 또다시 낙상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낙상 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크다. 미국의 경우 2015년 낙상과 관련된 의료비용만 500억달러였다고 하니 당시 한국 건강보험 전체 지출과 맞먹는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질병관리본부 같은 공공기관과 많은 의료 전문가가 낙상의 위험을 알리고 예방하는 데 노력하는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하체 근력 강화, 지팡이·보조기구 사용, 비타민D와 뼈 근력 유지를 위한 영양보충 등 자료도 쉬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의학학회와 국내 의료현장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 심하지 않은 낙상 이후에 발생하는 척수손상이다. 대개는 넘어져 목을 다친 뒤 발생하는 전신 마비다. 목뼈가 약해서 골절되기도 하지만 심하게 골절되지 않았는데도 마비가 오는 사례가 많다. 젊은 사람에겐 문제없을 정도의 낙상이 노인에게는 심각한 전신 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노인들의 낙상으로 인한 전신 마비는 미국, 유럽에서보다 일본, 한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서양 사람에 비해 한국, 일본 사람은 나이가 들면 척추뼈와 그 안의 인대가 퇴행성 변화로 두꺼워지고 석회처럼 딱딱해져서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진다. 심하지 않은 낙상에도 마비가 오기 쉬울 정도로 척추가 취약해지는 것이다. 오래된 하수관에 이물질이 끼어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좁아진 척추 공간에 적응해 기능을 겨우 유지하다가 노인이 돼 낙상 사고를 당했을 때 갑작스러운 마비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 경우 재활치료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목 척추뼈 수술이 필요하기도 하고 재활치료 후 장애가 남는 사례가 많다. 걸음걸이 역시 불편해지는데, 노인들은 가벼운 마비라도 실생활에서는 도움을 받아야 해 같은 정도의 장애라도 젊은 사람에 비해 중증도가 더 심해진다. 특히 손이나 팔의 마비가 잘 회복되지 않아 씻고, 옷 입고, 밥 먹고, 용변을 처리하는 등 생활상 불편과 장애가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당연히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척추 공간이 좁아지지 않게 하는 예방법은 아직 모른다.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보면 예방은커녕 20~30년 뒤의 우리 사회가 더 걱정되는 판이다. 만원 지하철 안 거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오가는 내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모두 목뼈와 인대에 퇴행성 변화가 빨리 와서 척추 공간이 좁아지라고 애써 노력하는 듯 보인다. 취약한 척추를 가진 노년층의 낙상으로 인한 척수 마비 결과를 많이 접하는 의사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전 국민 바른 자세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