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정경심 재판'

입력 2019-12-24 17:07
수정 2019-12-24 17:19
[12월 24일(17:07)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남정민 지식사회부 기자) 지난 19일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재판부와 검사 간 고성이 오간 것을 두고 법원과 검찰이 서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법원 내부에선 소송지휘권을 무시한 행태라는 말이 나오는 한편 검찰은 적절한 이의제기를 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재판에서 검찰은 ‘전대미문의 재판’이라며 재판부에 날을 세웠고 재판부는 일어선 검사들을 향해 “앉으라”는 말을 반복하며 정면 충돌했다.

판사들은 검찰이 불만이 있다고 해서 재판장의 지휘에 반발할 것이 아니라 항소를 하는 등 정해진 법령에 따라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판자의 소송지휘권이 무시되는 것처럼 비춰지면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국민 전체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앙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재판을 진행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소송지휘권은 재판장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만일 다른 사건에서 일반 당사자들이 ‘저번에 보니 검찰은 소리 지르던데 왜 나는 안 되냐’면서 법정질서를 어지럽히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이라고 되물었다.

형사소송법 제 279조와 제299조는 재판의 원활한 진행과 질서유지를 위해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 299조는 경우에 따라 재판장이 소송관계인의 발언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은 정치적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엄연히 존재하는 소송지휘권을 고의로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기소가 정치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오자 이를 덮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도 “법관의 이름이 여기저기 오르내리고 검찰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법관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법관을 지나치게 흔드는 건 법치주의 위협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 측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이의제기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지난 19일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과 관련해 공판조서에 ‘소송관계인은 별다른 의견 없음’이라고 적은 것을 두고 반발했다.

앞선 재판에서 검찰은 범행 일시와 장소 등을 바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허가하지 않아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잘못된 공판기록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으면 그게 직무유기”라며 “공판조서는 항소심과 대법원까지 영원히 남을 공식적 기록인데 그 자리에서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이 법정에서 ‘조서를 수정하겠다’고 말했어도 검찰이 당사자인만큼 어떤 부분이 어떻게 수정돼야 하는지 의견은 밝힐 수 있다”며 “항소하기 전에도 이의는 제기할 수 있는 것이고 소송지휘권 아래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순 없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54조에 따르면 검사 등은 공판조서 기재에 대해 변경을 청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재판장이 검사의 이름을 부르며 ‘앉으라’고 명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검사의 출석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호명하는 것 외에 따로 지목해 이름을 부른 것은 처음 본다”며 “일부 검사들은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이 왕이라는 건 다 옛날 생각”이라며 “검찰 입장에서 당연히 반발할 여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끝) /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