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미·중·북 바깥 쫓던 文경제… 총선의 해, 국내 '지원' 유턴

입력 2019-12-24 09:33
수정 2019-12-24 11:19


기획재정부가 2019년 12월 19일 '2020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경제정책방향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일종의 경제 설명서입니다. 4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죠.

'2020 경제정책방향'은 총 125페이지 분량입니다. 2019년 보고서(82페이지)보다 약 40여장이나 늘었습니다. 1년 만에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더 많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50% 이하로 떨어진 데에 부동산, 물가 등 경제 문제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을 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래빗이 2019년 상·하반기에 이어 2020년 경제정책방향도 분석합니다. 보고서 속 키워드 전체를 형태소 분석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무엇을 준비했을지, 데이터로 정리해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2019년 보고서와 어떤 점이 다른지도 살펴봤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hr style="border: 3px solid #666; width: 25%; align:left" />
'2020 경제정책방향' 보고서 전문은 총 125페이지다. 내용 분량을 글자 수로 따지면 총 14만6444자에 이른다. PDF로 공개된 보고서를 텍스트 파일로 변환했다. 변환한 텍스트를 수집해 형태소 단위로 추출하고, 품사 별로 집계해 빈도를 분석했다.

125페이지, 14만6444자에서 추출한 형태소는 총 4만644개다. 이 중 '명사' 형태소 2만8066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보고서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하기 위해서다. 명사는 일반명사와 고유명사로 나뉜다. 일반명사는 '지원', '확대' 등 사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어들이다. 고유명사는 '한국', '미국' 등 특정 사람이나 장소 등을 가리킨다.

지난해 뉴스래빗이 분석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 내용과 2020년 내용도 비교 분석했다. 지난 1년간 경제 정책 기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기업·개인 '지원', '확대'
빈도 2배 이상 ↑

'지원'과 '확대'는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에 항상 많이 등장하는 '단골 키워드'입니다. 2020년 보고서에도 '지원'이 573회, '확대'는 390회 등장해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2019년 보고서에서도 '지원', '확대'는 마찬가지로 1, 2위였는데요.



다만 2020년엔 '지원', '확대' 빈도가 2019년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지원'은 2020년 573회 등장했습니다. 2019년(240회)보다 2.4배 많은 양입니다. 2019년 194회 등장했던 '확대' 또한 2020년 보고서에서 2배 이상 많이 쓰였습니다. 2020년 보고서에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2019년 대비 더 많이 담겨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기업 ↑, 투자 ↓,
새로움 대신 기존 정책 '개선·강화'

'지원'과 '확대'의 뒤를 이은 명사도 살펴볼까요. 많이 등장하는 일반명사를 보면 정책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2019년 113회 등장해 6위였던 '사업'이 2020년 보고서에선 334회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5위(119회)였던 '기업'도 4위(312회)로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가장 상승폭이 두드러진 단어는 '개선'입니다. 2019년 경제정책방향 보고서 분석 당시에는 순위에도 없었던 단어입니다. 반면 2020년 보고서엔 235회 언급돼 6위에 올랐죠. 2019년 75회 등장으로 순위권 밖이었던 '강화'도 2020년 보고서에서 223회로 크게 늘어 7위를 기록했습니다.

'개선' 다음으로 상승폭이 컸던 단어는 '혁신'입니다. 2019년 59회로 순위 밖에 있다가 2020년 보고서에 220번 등장해 8위에 안착했습니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니 데이터 및 인공지능 산업과 더불어 바이오, 서비스산업 등 다방면으로 혁신을 꿰한다는 정책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투자'는 1년 만에 순위권에서 벗어났습니다. 2019년 보고서에서 '지원', '확대'에 뒤이어 일반명사 중 3위였던 데 반해 2020년 보고서에선 10위로 추락했죠. 2020년 '투자'의 언급 횟수(193회)는 2019년(160회)보다 소폭 늘었지만, 늘어난 보고서 분량만큼 2배 이상 많아진 다른 일반명사들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작은 편입니다.

'투자'가 줄어들고 '개선', '강화'가 많이 등장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지원책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정책이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책이 일관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는 한편, 지난해 보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혁신' 4대 키워드 :
플랫폼·바이오·반도체·로봇

고유명사 빈도를 살펴보면 일반명사가 지향하는 방향의 상세 내용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20년 보고서에서 고유명사만 집계해보니 '플랫폼', '바이오', '반도체', '로봇' 등 산업 관련 단어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습니다. 플랫폼(43회), 바이오(43회), 반도체(37회), 로봇(34회) 순으로 1~4위를 휩쓸었죠.

컴퓨터가 이 키워드들을 고유명사로 처리했지만 실제로 고유명사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보면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 중 투자 현황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플랫폼'과 '바이오'의 경우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각각 8위와 10위를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 2위를 차지하면서 '반도체'보다도 앞섰습니다. 이들 모두 정부가 좋은 투자처로 여긴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 '미국', '일본' 등이 상위권에 있었던 상황과 대조됩니다. 특히 2019년 보고서에서 9위를 차지했던 ‘남북’은 올해에는 순위권에 들지도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엔 대외적인 정치 상황 변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면, 2020년엔 다시 대내 경제상황 개선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중국 북한 등과의 대외 경제정책 대응보다 국내 지원과 확대 등 빈도가 2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시선이 국내 경제로 다시 바뀔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2020년은 4.15 국회의원 선거, 총선을 치르는 해입니다. 큰 정치 사회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더불어 국내 경제정책 불확실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4년 차 경제 돌파구로 '다시 내부 혁신'을 꺼내든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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