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6일 또다시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1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이번엔 초강력 대출규제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아예 꽁꽁 얼려버릴 기세다. 현금 동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집 살 생각을 말라는 신호다.
되돌릴 수 없는 ‘동토(凍土)행 규제열차’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부동산 대책의 판단 근거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매스컴의 영향도 있겠지만,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주간단위 주택가격 상승률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간거래동향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9·13 대책 발표 후인 11월 둘째 주부터 올해 6월 셋째 주까지 32주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그런데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하며 6월 말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24주 연속 오름세다. 가격상승폭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셋째 주까지 매주 0.01~0.03% 상승률을 기록하다 9월 넷째 주 0.06%로 두 배 뛴 이후 주간 상승률 기록을 경신 중이다.
주간단위 정보는 일반 국민에게는 심리적으로 민감한 정보임에 틀림없다. 정책은 이보다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시장추이를 살펴 세워야 마땅한데, 이미 ‘주택가격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는 그럴 여유가 없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이다.
이번 대책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내년 6월 말까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팔 경우 양도소득세를 깎아준다는 것이다. 소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강화의 이중 규제의 덫에서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할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경우 임대기간에 따라 이미 양도세 혜택이 주어지므로 시장에 매물이 얼마나 나올지, 초강력 대출규제가 적용되고 주택매입자가 자금출처를 소명해야 하는 시장에서 이렇게 내놓는 매물을 살 배짱 좋은 부자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현재 주택가격 변동의 근본 요인은 주택시장 내부보다는 거시경제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통화 완화정책에 의해 세계적인 저금리·저성장이 유지되고 있으므로 예금, 증권 등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수익이 낮아 실물시장에 투자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신규수요가 집중되는 재건축을 억제하는 상황에서 희소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특정 지역의 재건축은 가장 확실한 투자 대안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와 자사고 폐지 등 일련의 정책들은 이런 매물의 투자가치를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주택시장 내부를 보더라도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채택한 각종 수요억제 대책들이 거래를 위축시키며, 신규분양과 기존주택의 공급 또한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2015년에 비해 2018년의 기존주택 매매는 29.2% 줄었다. 아파트 매매는 30.3% 감소했고, 정부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아파트 분양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는 신규 인허가 물량의 축소로 인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18년 16만8716가구에서 2021년에는 8만7000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2022년이면 공급물량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동결된 시장에서 공급을 추진하는 무모한 공급자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얼음은 얼 때보다 녹을 때가 더 위험한 법이다. 공포 분위기에서 조성된 일시적인 주택 가격안정은 향후 작은 외부 충격에도 시장의 변동성을 대폭 키울 것이다. 가격을 주요 목표로 하는 주택정책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진정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시장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주택시장이 불안정할수록 정부는 개입을 줄이고 주거복지 확대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