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에 입국할 때 작성하는 ‘입국신고서’에 한자 표기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국하기도 전에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 입국신고서에 입국 목적을 쓰는 곳에는 ‘상용(business)’의 한자 표기가 ‘商用(사업상의 볼일)’이 아니라 ‘常用(일상적으로 씀)’으로 돼 있다. 지난 12일 입국했다는 한 일본인은 “과거 입국신고서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 작성한 입국신고서에는 상용의 한자가 엉터리로 돼 있어 놀랐다”며 “왜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이렇게 제작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인도 “잘못 인쇄한 것을 알면서도 파기를 안 하고 쓰는 건지, 한자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건지 어느 쪽이든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출입국 심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관계자는 “작년 6월부터 외국인 방문객 편의 제공 차원에서 5개 국어로 입국신고서를 제작해 배포했는데, 일본어 제공 신고서에서만 이 같은 오타가 발생했다”며 “신속하게 회수하고 수정해 다시 배포했다”고 13일 해명했다. 무려 1년6개월가량 잘못된 입국신고서를 사용했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지하철 등 서울시 안내판 등에서 이 같은 한자 표기 오류가 있었던 사례가 많다. 서울 중구 남대문 지하보도에 있는 출구 안내 표지판에는 서울시청 방향을 가리키며 시청의 한자를 ‘市廳(시청)’이 아니라 ‘보고 듣다’는 뜻의 ‘視聽(시청)’이라고 써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한국은행이 입주해 있는 서울 태평로의 삼성본관을 가리키는 한자어 표기는 엉뚱하게도 ‘三星主(삼성주)’라고 쓰기도 했다. 남대문시장 앞 보행자 안내 표지판은 남산공원을 안내하면서 일본어로 ‘トクスグン’이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トクスグン’은 덕수궁을 소리 나는 대로 일본어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중 중국인과 일본인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표기 오류 시정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 중 중국인은 478만9512명, 일본인은 294만8257명으로 각각 전체 1, 2위를 차지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