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현재의 재무상태에 만족합니까?”
이런 질문을 받고 “만족합니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위를 둘러보면 팍팍한 살림살이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자신의 재무상태에 만족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민의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무적 만족과 관련이 깊은 ‘일자리와 소득’에 대한 만족도 점수가 평균 5.8점(10점 만점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화와 여가’(5.6점)를 제외하고 8개 조사 영역 중 최하위다. 그만큼 재무적 만족 수준이 낮다는 의미다.
이처럼 재무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남과의 직접적인 비교를 꼽을 수 있다. 친구, 이웃, 친척,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 재산상태나 소비 수준을 비교함으로써 불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OOO은 이번에 또 유럽 여행을 간다는데” “저 친구는 수입 자동차를 새로 샀네” “×××는 아파트 시세가 수억원 급등했다네”라는 식으로 타인에 비해 자신의 처지를 초라하게 느낀다. 이런 비교를 부추기는 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큰 몫을 한다. SNS에 올린 ‘자기과시용 소식’이 끊임없는 비교를 강요하는 탓이다.
자신의 재무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타인’을 빼보자.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서다. 그러나 비교로 인한 불만족을 피하려면 타인이 아니라 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나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위해 재무비율을 이용할 수 있다. 재무비율은 재무 항목 간 비율을 가리킨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는 재무적 웰빙을 유동성 비율, 투자비율, 부채비율 등 세 가지 재무비율로 측정했다. 유동성 비율은 유동성 자산을 월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예금 같은 유동성 자산이 1000만원이고 월 소득이 500만원이라면 유동성 비율은 2가 된다. 이는 유동성 자산으로 2개월간 생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유동성 비율은 3~6 수준이다.
투자비율은 투자자산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보통 25%가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즉 자신의 총 자산이 4억원이라면 투자자산이 1억원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부채비율은 부채가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50% 미만이 합당한 것으로 통한다.
유동성 비율과 투자비율이 높을수록, 부채비율이 낮을수록 재무적 웰빙 수준이 높아진다. 그리고 재무적 웰빙 수준이 높아지면 재무적 만족 수준도 올라간다. 위의 연구에선 세 가지 재무비율 중 투자비율이 재무적 만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유동성 비율과 투자비율이 가계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데 비해 투자비율은 성장성 지표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어떤 가계의 투자비율이 높다면 앞으로 그 가계의 자산이 성장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런 가능성이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그런 기대가 재무적 만족 수준을 높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투자 결과가 기대했던 대로 좋게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미래에 재무적 만족 수준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그런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 상황인가. 대표적인 금융투자 방법인 펀드 투자를 예로 들어보자. 사람이 어떤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를 따질 때 그 일에 대한 지식, 태도, 기능 등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지식은 말 그대로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고, 태도는 그 일에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를 가리키며, 기능은 그 일을 실제 수행하기 위한 기량을 말한다.
적지 않은 펀드 투자자들이 지식, 태도, 기능 등에서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지식 측면에선 간접투자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정보 탐색도 미흡하다. 태도 측면에선 펀드 판매자를 상대하는 태도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부 펀드 투자자는 펀드 판매자의 설명이 귀찮거나 어렵다며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다른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 판매자의 추천만 믿고 투자할 상품을 선택한다. 한마디로 무시하거나 맹신하는 극단적인 태도를 보인다. 지식과 태도의 문제는 기능에서도 이어진다. 간접투자상품의 구매 과정과 그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 방법과 거래 과정에서 미숙함을 드러낸다. 재무적 만족을 원한다면 투자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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