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사진)이 전문 지식인 모임인 안민정책포럼 11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안민포럼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신임 이사장 선임 건을 확정하고 12일 취임식을 열기로 했다. 안민포럼 관계자는 “박 신임 이사장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재계와 금융계 등 민간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며 “균형감각이 뛰어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박 신임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1차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 등을 거쳐 경총 회장으로 일하다가 작년 2월 회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박 이사장은 규제 혁파와 지식기반산업 육성을 줄곧 강조해왔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향후 안민포럼도 고부가가치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이사장은 특히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려면 서비스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봤다. 신산업뿐만 아니라 금융, 여행, 교육 등 기존 서비스산업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등에서 “지난해 3000만 명 가까운 인원이 해외로 나가 320억달러(약 38조원) 가까운 돈을 지출했다”며 “내수 시장을 키우려면 이들을 국내에 잡아둘 방안부터 찾아야 하는데 케이블카조차 환경파괴라고 가로막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융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2000년대 중반 두바이와 한국이 똑같이 금융허브를 기치로 내세웠다”며 “서비스 규제를 영국 런던 수준으로 확 푼 두바이는 아랍권의 비즈니스 허브로 부상한 반면 우리는 아직까지 진전된 게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고도성장기에 국가적 총력을 제조업 육성에 쏟아부었듯 지금은 서비스업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직접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우려했다. 지난 4월 안민포럼에서 강연을 맡아 “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으로 만든 재정 일자리는 시간벌기에 불과할 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세금 쓰는 일자리 하나를 만들려면 세금을 내는 일자리 10개를 만들어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민포럼은 고(故)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도해 1996년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다. 공동체 자유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부터 안민포럼을 이끌었던 백용호 현 이사장은 강의(이화여대 정책대학원)에 전념할 예정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