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에서 메리츠화재는 ‘싸움닭’ 같은 이미지로 묘사될 때가 많다. 파격적인 상품을 만들어 공격적으로 팔아치우고, 경쟁사가 뒤따라 들어오면 빠지기 때문이다. “앞뒤 덮어놓고 단기 실적에 치중한다”는 비난이 따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진 전략”이라고 반박한다. 손해율, 해지율 등 보험사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를 철저히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역삼동 메리츠화재 본사 26층에는 데이터사이언스파트라는 부서가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업부서의 업무절차를 개선하고, 경영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것을 목표로 2016년 신설된 조직이다. 부원은 총 아홉 명. 보험업계 출신보다 이공계 박사, 데이터베이스 개발자, 네트워크 전문가 등 외부 정보기술(IT) 인력이 많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곳에서 분석한 숫자들은 모든 경영전략의 근거로 활용된다”고 했다.
데이터사이언스파트의 대표적 업무는 계약가치 평가의 정교화 작업이다. 보험계약의 현재가치는 미래에 거둬들일 보험료에서 나갈 보험금을 뺀 뒤 할인하면 간단하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상품 개발 이후 시장상황은 계속 바뀌는데, 이를 반영해 평가를 조정하는 것은 고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이 부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한편 오픈소스 기반의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업무 절차를 개선해 비용 절감도 이뤄냈다. 메리츠화재엔 월평균 50만 건 넘는 보험금 청구가 접수된다. 질병이나 금액 등에 따라 깐깐한 심사가 필요한 경우는 전문 손해사정사에 넘기는데, 적지 않은 수수료가 들어간다. 데이터사이언스파트는 1년여의 준비를 거쳐 새로운 배당 시스템을 마련했다. 전체 청구 건의 50% 이상에 신규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손해사정 수수료를 매달 억(億) 단위로 아끼고 있다. 가입 심사 단계에서 자동화 비중을 높이고,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지급 심사를 간소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호경 메리츠화재 데이터사이언스파트 리더는 “보험사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하지만 우리는 기존 방식보다 한층 다각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