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직 당국자 "트럼프, 한국과 방위비 협상 실패 시 주한미군 철수할 수도 "

입력 2019-11-24 09:45
수정 2020-02-12 00:02


미국 정부의 압력에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기했지만, 한미 동맹에 이미 균열이 발생했다고 미 전직 당국자들이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한국과 방위비 협상 실패 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한 리처드 아미티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66년간 이어진 미국과 한국 간 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The 66-year alliance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 is in deep trouble)'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은 현명했다. 그러나 한미간 신뢰에서 이미 손상이 있었다. 한국은 소중한 합의를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을 한일 간 경제·역사적 분쟁에 개입하도록 했고 이는 동맹 남용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위협한 행위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시험에 대한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이익이 미국과 일본의 안보이익과 잠재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카드를 내밀면서 한미 간 마찰이 가중됐다"면서 "미국 대표단이 조기에 협상장을 떠난 사실을 거론하며 동맹 간 균열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드문 사례"라고 언급했다.

이어 "방위비를 5배 더 내라는 미국의 요구는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으로 실행할 수 없는 안"이라며 "한국이 약 110억 달러가 들어간 경기도 평택 미군 기지 험프리스 건설비용의 90%를 부담했다면서 미국의 욕심에 대한 한국의 분노가 주한 미국 대사관 월담 사건으로 표출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중국도 한미 관계에 변수가 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 무역협정에 참여하고 싶은 반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에는 머뭇거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중 국방장관이 이번주 열린 회담에서 한중 군사 핫라인 설치 등에 합의했다며 이는 한미 동맹이 약화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평했다.

이들은 "이런 일련의 갈등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 실패를 구실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 "이는 일본을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까지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며 미국의 외교정책에 재앙이 될 것이고 미국이 초강대국의 위상을 중국에 넘겨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 일행은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해 현재의 방위비 분담금의 5배 증액(50억달러)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한미군 2만8500명의 유지 비용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지난해 5년 단위로 열리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이 종료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50% 증액을 요구해 약 10억달러(1조1670억원)를 지출하도록 했다. 이후 연장 협상에서 한국이 전년도 대비 8%를 증액키로 하고 해마다 재협상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일본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4배로 늘린 80억달러(9조336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나토와 캐나다는 1000억달러(116조7000억원)를 증액할 예정이다.

방정훈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