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북, 내년에 도발 단계로 되돌아갈 수도"…ICBM·핵실험 우려하는 미국

입력 2019-11-21 14:12
수정 2019-11-21 14:14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20일(현지시간) 북한이 내년에 비핵화 외교가 시작되기 전 도발적인 단계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올해말을 비핵화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가운데, 내년 이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비건 지명자는 이날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연말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이 외교(비핵화 외교)가 시작되기 이전의 보다 도발적인 단계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것은 (북한에)거대한 실수이자 실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를 중대한 성과로 강조해온 가운데 ‘국무부 2인자’ 지명자가 거기에 종지부가 찍힐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올 연말을 비핵화 협상으로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미국에 제재완화와 체제보장 등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실무협상도 미국이 진전된 안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역겨운 협상’이라고 비난했었다.

비건 지명자는 그러나 “우리는 연말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는 북한이 설정한 인위적인 데드라인”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이 정한 시간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미·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는 북한에 또 다른 정상회담을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다만 “(미래에)또 다른 정상회담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여지를 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또는 합의에 가까운 것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을 표명해왔다”고 밝혀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약속이 나와야 3차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비핵화 조치에 대해선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했다는 구체적인 증거, 검증가능하거나 의미있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또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중단했다고 시사할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그들이 이런 선택(비핵화)를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트럼프)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진전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교의)창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선택을 해야하는 것은 북한”이라고 북한의 전향적 조치를 촉구했다.

이는 북한의 인식과는 큰 괴리가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회담 뒤 “이제는 아마 핵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게 제 생각”이라며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지명자는 향후 미·북 실무협상에서 최 부상이 자신의 카운터파트로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의 실무협상팀이 충분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해 협상이 한계에 부닥쳤던 점을 거론한 뒤 협상팀에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며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 부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건 지명자의 북한측 카운터파트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로 최 부상보다 직급이 낮다.

비건 대표는 현재 북핵 실무협상을 이끄는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달 31일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비건 대표는 상원 인준을 받아 부장관으로 승진하더라도 대북정책특별대표 직함을 유지하며 북핵 협상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청문회에선 한·미 방위비 협상 문제도 나왔다. 비건 지명자는 분담금 협상에 대해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라면서도 “누군가 무임승차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방위비 인상 압박에 가세했다.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짧게 답변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