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값 추락' 약점 노출한 삼성, 끄떡없는 인텔

입력 2019-11-21 11:21
수정 2019-11-21 11:22

지난해 말부터 D램 가격이 크게 내리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 '왕좌' 타이틀을 인텔에 내주게 생겼다.

D램은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 '메모리 강자' 삼성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매년 가격이 출렁이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내고 있다. 반면 인텔은 높은 기술력 기반으로 공급자가 가격을 주도하는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에서 내는 이익 비율이 높다. 지난해 D램 호황에 웃은 만큼 삼성전자가 올해 타격을 입은 데 비해 인텔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2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위 15곳 반도체 업체의 매출액 합계는 1487억달러(약 179조8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809억 달러)보다 18% 감소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역성장이 도드라졌다. IC인사이츠는 "전체 반도체 업계 중 메모리 '빅3'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비메모리 업체의 매출 감소폭은 적었다"고 분석했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가 주요 사업인 삼성전자는 이 기간 매출액이 33%, SK하이닉스는 35%, 미국 마이크론은 34% 각각 감소했다. D램 시장에서 이들 3개 기업의 점유율 총합은 95%에 달한다.


앞서 삼성전자가 2017~2018년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업계 매출 1위에 오른 것도 메모리 반도체 호황 덕분이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들이 고용량 D램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구글·페이스북 등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도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했다.

수요 증가세에 자연히 가격이 치솟았다. 2016년 말부터 오름세를 탄 D램은 작년 9월엔 가장 범용적으로 쓰는 'DDR4 8GB' 고정거래값이 8.19달러까지 상승해 2년 만에 60%나 뛰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실적 신기원'을 이룬 이유다. 두 회사의 반도체 매출 합만 120조원, 영업이익은 60조원을 넘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만 영업익 17조원을 올렸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에 주요 고객사들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공급 과잉까지 빚으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급락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상반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조2000억원이나 줄었다.


인텔은 달랐다. 매년 비메모리 반도체를 바탕으로 견고한 이익과 영업이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은 인텔의 두 배가 넘었지만 올해는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영업익 98% 이상을 중앙처리장치(CPU) 등 시스템 반도체로부터 얻는다. 기술력이 높아 CPU 시장의 80%를 인텔이 점유하고 있다.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공급자인 인텔이 가격을 주도하는 구조다.

소비자용뿐 아니라 기업용 서버 시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인텔은 서버용 CPU 영업익이 올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서버용 D램 가격은 올 상반기 30%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연간 약 5000억달러(약 580조원) 규모인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비중은 25~30% 정도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나머지 70% 이상을 차지한다.

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주로 연산 작업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저장·기억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장 부침이 덜하고 매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워낙 시스템 반도체가 쓰이는 분야가 다양하고 많기 때문이다.

메모리 강자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도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