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치동' 마포 학원가 임대료 30% 올랐다

입력 2019-11-12 14:03
수정 2019-11-13 02:37
‘제2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대흥·염리동을 지나는 백범로 일대 학원 밀집 지역의 상가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치동과 목동의 유명 학원이 잇따라 입점하는 추세지만 이들을 수용할 만한 상가가 많지 않아서다. 백범로 일대 월 임대료가 2년 전 대비 최고 30% 이상 뛰면서 학원가가 인근 신촌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치·목동 학원 이전으로 ‘매물 품귀’

대흥동 학원가는 대흥역(6호선)~공덕역(5·6호선)을 따라 염리동과 대흥동 대로변에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다.

대치동과 목동의 유명 학원이 이곳에 분점을 내면서 상가의 월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다. 12일 서울시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학원가가 밀집한 염리동 상가의 전용 3.3㎡당 월 환산임대료 시세는 2017년 2분기 4만8615원에서 올 2분기 7만8665원으로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로 상승했다.

마포 대흥동 일대에 독자적인 학원가가 형성되는 이유는 학생 수 급증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마포구의 전체 학원생 수는 2017년 40만8673명에서 올해 57만3557명으로 17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학원 수도 616개에서 683개로 10% 증가했다.

상가 매물이 나오지 않아 임차인이 나타나도 돌려보내는 사례가 많다. 교육청으로부터 교습학원 인허가를 받으려면 학원 면적이 전용 70㎡를 넘어야 하고 입시 전문 학원은 이보다 더 넓은 전용 660㎡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흥동 인근에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상가가 부족하다.

염리동 P공인 관계자는 “위치와 준공연도가 다양해 임대료가 균일하지 않지만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30% 이상은 상승했다”며 “서강대 인근의 ‘이현주 어학원’ 신축 빌딩은 전용 251㎡ 기준으로 권리금 1억원에 월 임대료 460만원, 관리비 13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치동과 목동에서 넘어온 몇몇 대형 학원은 기존 중심가인 백범로를 피해 신촌로 부근에 자리를 틀고 있다. 작년 12월 마포구로 이전한 종로학원은 신촌역 인근 신촌로에 문을 열었다. 대치동 단과 입시학원으로 유명한 ‘대치 명인학원’과 ‘하이츠 국영수학원’도 백범로에서 다소 떨어진 서강대 쪽에 자리잡았다. 대치동 수학학원인 ‘생각하는 황소’는 경의선숲길 뒤쪽인 독막로에서 이달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인근 Y공인 관계자는 “대흥동에 형성된 학원가는 일반 오피스 빌딩을 학원으로 개조한 것”이라며 “1~2주에 한 건씩 학원을 차리려는 문의가 오는데 공급이 부족해 자리를 못 주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5~10년 내 큰 학원가 조성될 것

학원가가 밀집한 마포구 아파트값도 덩달아 고공행진 중이다. 대흥역 인근의 ‘마포자이 2차’ 전용 84㎡는 지난 7월 대비 1억2000만원 상승한 14억원(9월)에 실거래됐고, 5호선 마포역 인근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 전용 84㎡ 역시 6월(14억원) 대비 약 2억원 오른 15억90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교육 수준이 높은 염리초등학교에 배정받으려면 어디에 입주해야 하는지부터 물어볼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고 말했다.

마포의 2호선(아현~이대~신촌)을 따라 앞으로 5376가구에 달하는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정부의 자사고·외고 폐지, 정시 확대 정책과 맞물려 5~10년 이내 학원가가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대치동처럼 학원가가 형성된 뒤 무너진 상권은 없다”며 “중산층 입주자들이 교육에 관심이 높아 중·고등학교 학군도 따라오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흥동 일대의 부족한 상가 인프라 상황을 고려하면 학원가의 확장성이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민경남 시네케라 대표는 “전국구 학원가인 대치동과 목동에 비해 상권 규모가 크지 않아 학원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게 흠”이라고 했다.

배정철/최다은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