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주요 부문에서 이해관계가 100% 맞아떨어집니다. 한국이 훌륭한 협력 선례가 되길 기대합니다.”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사진)은 지난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의 ‘글로벌 신뢰 네트워크’에 동참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크라크 차관은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차 20여 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5일 방한했다. SED는 비군사 분야에서 한·미 간 최고위급 협의체다. 한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라크 차관은 “이번 SED에선 양국 간 주요 분야 계획안의 접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며 “인프라, 에너지, 디지털 첨단기술 등 세 가지 부문을 주로 논의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국제금융 환경이 개선돼 미국과 한국이 글로벌 인프라 시장에서 협업할 수 있는 여지가 한층 높아졌다”며 “한국 건설업계는 경쟁력이 매우 높아 미국과 함께할 만한 사업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라크 차관은 “에너지 안보, 반도체와 5세대(5G) 통신망을 비롯한 첨단기술 부문을 놓고도 공조 방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향후 양국 간 추가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양해각서(MOU) 등을 마련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들어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역내 주요국과 동맹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평가다. 크라크 차관은 수차례 “한국과 미국은 공유하는 가치가 많고 서로 생각이 같다.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원치 않고,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당의 방침에 따라 임의로 시장에 개입한 사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라크 차관은 “한국 기업도 중국으로부터 지식재산권을 침해받은 사례가 여럿 있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적도 있다”며 “미국은 각국과 신뢰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런 일을 줄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크라크 차관은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를 경계하는 말도 했다. 그는 “화웨이는 중국 정부나 군의 요구에 따라 각국 시민들의 데이터를 넘길 수 있어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라며 “각국이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를 들이는 것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 등 화웨이를 대신할 만한 기업이 얼마든지 있는 만큼 아시아 국가들도 화웨이를 쓸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임락근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