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문예단체에 경영 접목 실험, 모범으로 확산되길"

입력 2019-11-05 18:08
수정 2019-11-06 03:19
“세종문화회관의 예술경영 실험이 다른 예술단체들의 모범 사례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2019 예술경영대상’에서 우수 전문예술법인으로 선정됐다. 신규 수익사업 개발, 지속가능한 재원조성 모델 안착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화예술기관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나 기업 도움 등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운영해나가는 모범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56·사진)은 “재원 조성이라고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며 “시민과 기업이 문화예술의 가치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원 조성이라는 가교를 통해 더 많은 예술가들이 공연과 전시를 창작하고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9월 김 사장이 취임하면서 ‘예술경영의 모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먼저 조직문화 혁신이다. 조직 내부의 비효율을 줄여야 지속가능한 재원 조성이 가능하다고 김 사장은 판단했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ES(이모셔널 세이프티) 추진단’을 조직하고 재원조성팀을 사장 직속으로 꾸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물론 대부분 예술단체들이 단기적인 재원 확보에 머물렀습니다. 눈앞의 기부 금액이나 기부자 수를 올리는 데 급급했죠. 장기적으로 잠재기부자를 개척하고 기부자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기업 기부의 경우에도 인적 네트워크를 인수인계하는 방식으로 체계화해야 합니다.”

김 사장의 이력도 ‘예술경영 드라이브’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미회계법인 대표 등을 지낸 회계·경영 전문가 출신. “40년이 넘은 조직인 만큼 불필요한 관행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관객들이 낸 공연 입장권을 5년간 보관하는 규정 등이 그런 겁니다. 전산시스템이 없던 시절의 관행이 남아있던 거죠. 보관 기간을 3개월로 줄이고 당직 제도도 개편했습니다. 이런 낡은 관행을 폐지하면서 직원들의 공감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9개의 산하 예술단과 외부 사업장, 극장, 미술관 등 세종문화회관의 복잡한 구조를 살펴볼 계획이다. 그는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할 수 있도록 기업이미지(CI)와 브랜드이미지(BI)를 바꿀 것”이라며 “임기 중 예술가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토대를 닦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