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무원연금 中 투자 제동…무역협상 진전에도 中 '옥죄기'

입력 2019-10-30 14:30
수정 2019-10-30 14:33
미국 상원의원들이 공무원 퇴직연금인 ‘연방공무원 저축계정(TSP)’의 중국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대중(對中) 강경파인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롯해 공화·민주 양당 상원의원 6명은 지난주 TSP 투자이사회에 중국 투자 확대 계획을 취소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TSP는 현재 선진국 위주로 돼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내년 중반부터 조정해 중국 등 신흥시장 비중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렇게되면 백악관과 행정부, 의회 등 연방 공무원들이 자신의 퇴직금을 굴릴 때 중국 등 신흥시장 투자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커진다. TSP는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6000억달러(약 700조원)에 달해 중국 시장에 미국 자금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

루비오 의원 등은 서한에서 TSP의 중국 비중 확대 계획에 대해 “미국인의 투자자금이 불투명한 중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의 군사활동, 산업 스파이, 인권 침해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시카메라 제조업체인 하이크비전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미국 연방공무원들의 돈이 미국의 국익을 해치거나 미국의 제재를 받는 기업들에 흘러들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TSP는 운용 수익률 저하 가능성을 이유로 중국 투자 제한에 부정적이다.

NYT “미국이 최근 중국과 제한적 무역합의(1단계 합의)에 도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 자금의 중국 투자 제한을 다각도로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과 CNBC는 지난 9월 백악관이 미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의 상장폐지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다음달 19일 회의를 열어 소외지역에서 통신 서비스를 하며 보조금을 받는 미 기업들이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해당 보조금은 총 85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 FCC는 미국 기업들이 기존에 구매한 중국산 장비를 의무적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미 상무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서명한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미국 시장에서 제외하기 위한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