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은 지난 1월 첫 방문지로 인천 부평에 있는 삼송캐스터를 선택했다. 각종 바퀴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삼성으로부터 한 차례 지원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불량률이 높았다. 김 센터장은 협력사와 함께 혁신하지 않으면 공정 불량을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협력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삼송캐스터 혁신을 위해 왜 우리까지 바뀌어야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김 센터장은 협력사 사장들에게 말했다. “직원들을 삼성전자 광주공장으로 보내주세요. 우리의 혁신 사례를 눈으로 본 뒤에도 혁신을 안 하겠다고 하면 포기하겠습니다.” 광주공장을 견학한 뒤 협력사 사장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이때부터 삼성전자 전문가들이 투입돼 삼송캐스터와 협력사 세 곳의 제조 현장을 혁신하기 시작했다. 4개월이 넘는 프로젝트가 끝나자 삼송캐스터의 생산성은 31% 향상됐고, 불량률은 86%나 줄었다.
삼성전자는 거래관계가 없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그 아래 협력사까지 통째로 혁신하는 ‘패밀리 혁신’으로 지원의 질을 높였다. 지난 28일에는 서울 가산동에 있는 용접용 마스크 제조업체 오토스윙이 패밀리 혁신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7개 협력사와 함께 현장 혁신에 나섰다. 마스크 전면 LCD(액정표시장치)에 들어가는 증착유리를 생산하는 업체 명인은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스마트폰 유리 가공 노하우를 배워왔다. 이 회사가 증착유리의 투과율을 높인 덕분에 오토스윙 용접용 마스크의 광투과율(빛이 물질의 내부를 통과하는 비율)은 14%에서 37%로 높아졌다.
삼성전자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오토스윙과 협력사는 244건의 혁신 과제를 발굴해 개선했다. 그 결과 오토스윙의 하루 1인당 제품 생산 대수는 16.6대에서 21.9대로 32% 늘었고, 불량률은 1.9%에서 0.97%로 낮아졌다. 김 센터장은 “패밀리 혁신의 목표는 ‘상생의 선순환’”이라며 “협력사의 원가 절감으로 제품 경쟁력이 높아지면 협력사는 더 많은 물량을 납품하게 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자원을 전적으로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평소 기능올림픽과 제조혁신데이 등을 통해 ‘제조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부회장은 “삼성의 제조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나눌 수 있도록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진정성 있게 추진하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