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20주째 이어진 가운데 시위대를 겨냥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시위를 주도해온 시민단체 대표가 ‘쇠망치 테러’를 당한 데 이어 정치적 내용의 전단을 돌리던 시민이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40분께 타이포 시장역 인근의 ‘레넌 벽’ 앞에서 전단을 돌리던 19세 남성이 21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과 복부를 다쳤다.
레넌 벽은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지지하는 의견을 포스트잇에 써 붙인 담장이나 게시판 등을 말한다.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에게 쇠망치 공격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을 추진하는 데 원인을 제공했던 살인 용의자 찬퉁카이(20)는 대만에 가 자수하기로 했다.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그는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2월 여자친구와 대만으로 여행을 갔다가 현지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했다. 시신을 대만에 두고 홍콩으로 돌아온 찬퉁카이는 여자친구의 돈을 훔친 혐의로만 2년5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대만에서 벌어진 사건으로는 기소하지 못했다. 그는 형기 만료로 오는 23일 석방될 예정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홍콩 정부는 대만에 찬퉁카이를 넘겨 살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명분을 들어 송환법 추진을 강행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