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 중국 위뱅크는 각종 신용평가 정보를 세계 20개국 금융회사에 제공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오는 개인의 정보를 분석해 신용등급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위뱅크의 연간 매출은 1조1000억원 수준이다. 당기순이익도 240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이 중국 위뱅크를 포함해 세계적인 핀테크(금융기술) 유니콘 기업 13곳의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규제 혁신에 나선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뜻한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핀테크 활성화 규제혁신 전담팀(TF) 첫 회의를 열었다. TF에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지급결제 플랫폼, 금융투자, 보험, 데이터 등 각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TF는 13개 핀테크 유니콘 기업을 선정했다. 해당 국가의 규제 환경을 분석해 국내에서도 같은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선정된 기업은 미국의 에이콘즈·레모네이드, 독일의 프렌드슈어런스 등이다. 에이콘즈는 소비자가 앱을 통해 결제하고 남은 돈을 자동으로 투자계좌에 적립해준다.
레모네이드는 앱으로 주택화재보험에 90초 만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보험금 지급은 3분이면 된다. 인공지능(AI)이 보험 가입과 보험금 지급심사를 대신 한다. 가입과 지급에 걸리는 시간이 짧은 이유다. 레모네이드는 2015년 설립 이후 3년 만에 42만5000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프렌드슈어런스는 지인들끼리 자동차보험이나 주택보험 등에 가입한 뒤 사고가 안 나 손해율이 낮으면 보험금을 환급해주는 상품을 판매한다.
TF는 현재 운영 중인 샌드박스에서도 혁신 방안을 찾는다. 샌드박스로 지정된 금융서비스가 정식 출범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비 과제로 꼽힌 서비스는 △해외 여행자 보험 간편 가입 △소수 단위 해외주식 매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투자 상품권 판매 등이다. 당국은 관련 규제들을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모두 완화할 예정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