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사랑을 싣고' 김범수 아나운서, 30년 은혜입은 은사 만나 죄책감 내려놔

입력 2019-10-11 20:40
수정 2019-10-11 20:41

아나운서 김범수가 죄책감에 찾지 못한 은사를 30년 만에 만났다.

11일 방송된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 방송인 김범수가 출연했다. 특히 찾고 싶은 사람에 대해 "정말 고마운 분인데 죄스러운 마음이 참 많다. 찾아뵙지를 못한,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는 분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인 성기동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김범수는 "제가 2학년에 올라갔는데 학교를 그만두셨다. 갑자기. 근데 저 때문에 그만두셨다는 이야기를 다른 분에게 들었다"며 "그 이후로 자존감도 낮아지고 성격도 변하고 그랬다. 죄책감에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했다. 이제 용기를 내서 나와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수는 "중 3인 1983년에 집이 폭삭 망했다. 아버지 사업 실패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방안 가득 유화물감이 있었다. 집에 미술 선생님이 오셔서 개인 교습도 했다. 베를린 필하모니 클래식 음반이 방안 가득했다"고 말했다.

김범수는 또 "초등학교, 중학교 9년 동안 계속 반장이었다. 중학교 입학식에는 대표로 선서까지 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 집안이 기울어 단독주택에서 반지하 단칸방으로 이사했다. 어머니가 넋이 나가 있으니 지인이 잠깐 와 있으라고 했다.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구한 것"이라고 했다.

김범수는 성기동 선생님을 찾는 이유에 대해 "선생님이 육성회비를 대신 내주기도 하셨다. 6개월 이상 밀렸는데, 3만원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고등학교 선생의 월급은 10만원 정도였다. 김범수는 "아주 훗날에 어머니가 돈을 갚으셨다"고 말했다.

성기동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게 된 것은 김범수를 위해 했던 행동들 때문이었다. 김범수는 "반장이면 내야 될 돈도 있고, 전교 1등이 되면 해야 하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못 하니까 선생님이 이를 막아주셨고 그 과정 속에 저 때문에 선생님이 그만두셨다"고 털어놨다.

성기동 선생님은 "어떻게 찾아왔니"라고 했고, 김범수는 "너무 죄송하다, 늦게 찾아와서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성기동 선생님은 "내가 연락을 받고 엄청 망설였다. 이런 모습을 제자 앞에 보이는 게 그렇고 하필 또 집사람이 팔을 다쳤다. 반가우니까 만나겠다고 했지만 고민을 한참했다"고 털어놨다.

선생님은 34년 전 교무 수첩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김범수를 예뻐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 사람은 분명히 서울대를 갈 사람인데 문제집 하나를 살 수가 있나. 형편이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출판사에서 참고서가 나오면 교사에게 증정을 하는데, 범수에게 모아 전달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그때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들어가는데, 유학을 가면서 돈을 마련하려고 학원으로 간 것"이라면서 "전혀 김군과 상관없다"고 했다.

이를 들은 김범수는 30여 년간 쌓여왔던 죄책감을 내려놓고 선생님과의 재회를 누릴 수 있었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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