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천정부지 연예인 몸값, 비난과 비호의 모호한 경계

입력 2019-10-12 08:41
수정 2019-10-12 13:12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유명 톱스타의 1회 행사비가 3500만 원이라면 이는 적당한 걸까, 과도한 걸까. 최근 가수 송가인의 고액 행사비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미스트롯'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며 트로트계 '특급 신인'으로 거듭난 송가인은 현재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지역 행사 섭외 1순위다. 트로트 장르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그를 소위 '모셔가려'는 곳이 넘쳐나면서 송가인은 각종 행사뿐만 아니라 예능프로그램과 공연까지 초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수요가 많아지는데 공급에는 한계가 있으니 자연스레 가수로서의 섭외 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 가운데 '몸값 논란'이 일었다. 송가인이 평균 2000만~2500만원의 돈을 받고 행사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최근에는 행사비로 3500만 원까지 불렀다는 지역 축제 관계자들의 불만이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부터였다.

한 번의 행사비가 3000만 원대를 넘긴다면 이는 분명 고액이 맞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송가인의 영향력을 언급한다. 현 시점에서 '송가인이 뜨는' 행사는 이른바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는데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면 행사비 상승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로 송가인이 출연한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는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했으며, 오는 12월 예정된 '미스트롯' 진선미 디너쇼 역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됐다. 지역 행사 또한 송가인으로 홍보가 되면 그를 보려는 사람들로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고액으로 책정된 연예인의 몸값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 시발점은 섭외 목적 및 행사비 지출처가 될 수 있다.

무릇 송가인의 행사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전남도의 '2019 국제농업박람회'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3500만 원을 받은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연예인 홍보대사의 공개 모델료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2017년부터 홍보대사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면서 '정책·사업 홍보 목적으로 유명인을 홍보대사로 선정할 경우 무보수 또는 여비·부대비 등 실비 보상 성격의 사례금만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매년 예산 지침에 포함해 왔다. 단, 이는 일종의 권고라서 강제력은 없다.

전남도가 국제농업박람회 홍보대사 위촉에 들인 예산은 기재부가 제시한 지침에 어긋났다. 물론 송가인을 두고 홍보 효과를 충분히 고려한 편성이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송가인은 대행사를 통해 홍보 계약을 맺었고, 이를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무료'의 의무가 당연히 없지만 별개로 지출처와 출연료 책정의 적정성 여부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방송인 김제동도 비슷한 사례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 6월 대덕구청은 한남대학교에서 중·고등학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 김제동을 섭외했다. 해당 강연은 90분 예정으로 김제동은 강연료로 1550만원을 받기로 했다. 이를 연예인 행사비 기준으로 보면 수긍할 수 있는 금액이 될 수도 있었으나 '청소년 특강'으로 공익적인 취지를 지닌 강연의 목적과 '강연자'로서의 김제동에게 지급될 금액인지를 따지는 예산 사용의 적합성이 문제가 됐다. 결국 거센 비판 여론에 부딪혀 해당 강연은 취소됐다.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는 연예인의 몸값은 계속해 대중의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 이는 행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방송 드라마 제작비 또한 절반 이상이 주연급 배우와 스타 작가에게 돌아가고 있는데, 이로 인해 콘텐츠의 질이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 십년째 이어지고 있는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과 맞물려 주연급 배우들의 억대 출연료가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에 따르는 연예인의 상승 가치를 평가 절하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다만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수요만을 좇아 무분별하게 몸값을 높여 부를 경우, 되려 시장의 질서를 무리하게 훼손하는 격이 될 수 있기에 지양해야 한다. 대중이 전혀 공감하지 못한 채로 회복 불가능한 괴리감이 생겨나지 않도록 연예인의 섭외 역시 '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섭외 목적이나 동기에 따라 체계적인 규정 마련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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