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봉제 폐지, 호봉제 도입" 지하철 노조,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입력 2019-10-08 17:25
수정 2019-10-09 00:04
서울 지하철 9호선 2·3단계 구간을 맡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9호선 운영부문 노동조합이 파업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회사 측이 연봉제 폐지, 호봉제 도입, 9호선 2·3단계 운영 서울교통공사 직영체제 전환 등을 담은 노조 측 임금·단체교섭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은 15% 임금 인상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임금 및 처우 수준을 모회사인 서울교통공사에 맞춰달라는 것이다.

회사 측은 물론 ‘친(親)노조’를 표방하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조차 노조 요구안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9호선 운영부문은 법적으로 경쟁을 통해 2·3단계 구간을 임시로 맡게 된 ‘민간 위탁사’ 신분이다. 게다가 서울교통공사 직영체제로 갈지, 아니면 민간 위탁사 체제를 유지할지 서울시 9호선 정책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계속 사업을 맡을지가 불확실한 민간 위탁사의 노조가 ‘호봉제 철밥통’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직무·성과 위주 임금체계는 공공과 민간 분야를 불문하고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9호선 운영부문 노조가 ‘민간 위탁사’란 처지를 망각하고 세계적 추세와 거꾸로 가는 ‘연봉제 폐지-호봉제 도입’을 당당히 요구하는 데는 정부와 서울시의 ‘노조 편애’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 전임 정부가 공공 개혁을 목적으로 도입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사실상 폐기했다. 최근에는 노조 눈치를 보느라 성과연봉제 대신 도입하겠다고 했던 직무급제 개편을 위한 매뉴얼 발간도 무기한 연기했다. 서울시 등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들은 서울교통공사 등 지방공기업 성과연봉제를 앞다퉈 없앴다. 이런 상황이니 9호선 운영부문 노조가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고용을 보장받고 높은 임금을 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철밥통’을 지키려는 노조의 파업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