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컴퍼니 "매장 들어서면 음료 제조…스마트 오더 더 똑똑해져"

입력 2019-10-01 17:03
수정 2019-10-02 02:18
“줄을 설 필요도, 직원과 얘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스마트 오더’는 최근 몇 년 사이 외식업계의 판도를 바꾼 서비스로 꼽힌다. 사무실을 나서면서 스마트폰으로 커피를 주문하면 매장에서 곧바로 따끈한 커피를 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웬만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물론 식당에도 자체 개발한 스마트 오더 앱(응용프로그램)이 있다. 카카오, 네이버 같은 대기업 역시 스마트 오더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서비스의 원조는 얍컴퍼니다. 스타벅스가 2014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사이렌 오더’의 기반 기술을 이 회사가 제공했다. 얍컴퍼니는 최근 한 단계 더 진화한 2세대 스마트 오더를 선보였다. 안경훈 얍컴퍼니 대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주문과 결제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소비자의 위치 데이터 등을 활용하면 더 수준 높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매장 들어서는 순간 ‘주문 완료’

스마트 오더에도 약점이 있다. 약속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매장에 도착하면 주문한 커피 속 얼음이 반쯤 녹아버린다. 매장에서도 손쓸 방법이 없다. 기존의 스마트 오더에는 주문을 받자마자 바로 제조하는 선택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얍컴퍼니의 챗봇 오더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장 방문 시 음료 주문·제조’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이를 선택하면 음료 제조 시점은 주문했을 때가 아니라 주문자가 매장에 입장했을 때가 된다. 얍컴퍼니는 별다른 추가 조작 없이도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문자가 다른 볼일을 보고 매장에 들어와도 얼음이 녹지 않고 차가운 음료나 식지 않은 따뜻한 음료를 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얍컴퍼니가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는 정확한 시점과 위치를 알 수 있는 이유는 ‘하이브리드 비컨’ 기술 때문이다. 비컨은 반경 30~70m 범위에 있는 사용자의 위치를 찾아 모바일 결제 등을 가능케 하는 모바일 기기용 근거리 통신 기술이다.

안 대표는 “얍컴퍼니는 블루투스와 고주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비컨을 개발해 정교한 위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만 사용하는 다른 앱에 비해 주변 매장도 더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챗봇 오더는 페이스북 메신저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브랜드별 모바일 앱을 깔아야 스마트 오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메신저인 데다 국내에서도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이 익숙한 1020 이용자 ‘Z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함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 대표는 “얍컴퍼니의 독자적 위치기반 기술은 스마트 오더뿐만 아니라 유통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SPC, GS건설 등 다양한 업종의 100여 개 기업에서 우리 위치기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챗봇 오더는 올 연말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몸비’ 방지까지 가능한 위치 기술

얍컴퍼니는 60여 개의 특허를 바탕으로 한 위치기반 기술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올초 정식 출시한 얍워크가 대표적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들이 출퇴근 체크를 하기 위해 카드를 들고 길게 줄을 늘어선다. 출입카드나 지문인식을 활용한 기존 방식은 비용도 많이 들고 수동으로 출퇴근을 확인해야 해 불편했다.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편리한 근태관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배경이다.

얍워크는 별도의 태그를 하지 않아도 얍워크 앱이 깔린 스마트폰만 휴대하면 자동으로 출퇴근 체크가 가능한 서비스다. 안 대표는 “원래 얍컴퍼니 자체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했다가 사무실을 방문한 고객사들이 요청하면서 사업으로 확장됐다”며 “많은 직원의 출퇴근을 동시에 체크해야 하는 제조업을 비롯해 80여 개 기업에서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특정 장소에서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스몸비(스마트폰+좀비: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좀비처럼 걸어가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방지 서비스는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일시 차단하는 서비스다. 안양시 등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과 함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안 대표는 “공공 영역도 포함해 100여 개의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기술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