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를 예측하기 더욱 힘들어졌다.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각종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과 중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모두 금리를 인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17~18일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연 2.0~2.25%에서 1.75~2.0%로 0.25%포인트 내렸다. Fed는 성명에서 “가계 지출이 강한 속도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고정 투자와 수출이 약화됐다”면서 “지난 12개월 기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과 음식·에너지 등을 제외한 인플레이션도 2%를 밑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재테크 방향을 설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7월 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인하한 뒤 8월에는 금리를 동결했다.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10월 중엔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 2~3%의 수익률도 건지기 힘들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유 현금 규모를 늘리고 채권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각 은행이 내놓은 특판예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적금 늘리고, 채권에 관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국내 부자(금융 자산 10억원 이상) 400명을 심층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공격적인 투자 비중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기존 수준 유지(85.5%)가 가장 많았고 4.5%는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예·적금 비중을 유지하거나 일시적으로 높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걷히고 좋은 투자처가 나타났을 때 재빨리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현재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기본금리는 연 1.9%다. 전북은행 ‘JB 다이렉트예금통장’과 광주은행 ‘쏠쏠한마이쿨예금’ 등이 공동 1위(연 1.9%)다. 연 1.8%짜리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은 2위다. 이들 상품은 우대조건이 없어서 최고 금리가 기본금리와 동일하다.
기본금리가 연 1.71%인 대구은행의 ‘내손안에 예금’은 각종 우대조건 충족 시 최고 연 2.06%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최초 가입 시 0.1%포인트, 공과금 납부를 등록하면 0.1%포인트, 인터넷 또는 스마트뱅킹을 통해 가입하면 0.05%포인트 등을 우대해준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해 채권 투자 수익률은 다른 상품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개인이 채권을 직접 사고팔기가 어렵기 때문에 채권형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자비용 절감 고민해야
이자 수익을 얻기 힘들 때는 지출되는 금융비용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과거 받아둔 대출의 상환 부담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연 20%대 고금리 대출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대출 ‘햇살론17’을 활용하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햇살론17은 저소득·저신용자가 연 20% 이상 고금리를 받는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으로 내몰리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로 출시했다. 연 소득이 3500만원 이하거나 신용등급 6등급 이하면서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인 사람이 신청할 수 있다.
대출 심사를 간소화하고 연 17.9%의 단일 금리, 최대 700만원의 단일 한도로 빌려주는 점이 특징이다. 돈이 더 필요하면 방문·대면상담을 거쳐 최대 1400만원까지 한도를 늘릴 수 있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를 낼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란 돈을 빌린 소비자가 만기 전 대출금을 갚으려 할 때 금융회사가 부과하는 일종의 위약금이다. 일반적으로 3년 이내에 갚을 때 남은 대출금의 1.5%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지났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곳을 찾아 갈아타면 된다.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내년부터 저축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최대 2% 범위에서 대출 종류에 따라 차등화하기로 했다. 또 수수료 부과 기간은 최대 3년으로 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