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넘은 돼지열병…경기 남부·충청 '초비상'

입력 2019-09-23 21:57
수정 2019-09-24 01:46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에 이어 김포시에서도 ASF가 발생해서다. 지난 17일 첫 발생 이후 한강 이남에서 나온 첫 번째 사례다. 파주시에서도 추가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최대 19일에 달하는 잠복기를 감안할 때 이미 경기 남부를 넘어 한반도 전역이 ASF 손아귀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는 18일 2차 발생(연천군) 이후 안정세를 보인 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급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강 저지선 뚫은 ASF

이번에 새로 ASF가 확인된 경기 김포는 17일 파주시에서 국내 최초로 ASF가 발생했을 때부터 ‘중점 관리지역’으로 꼽은 6개 시·군 중 하나였다. 그만큼 정부가 방역에 신경을 썼는데도 뚫렸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돼지 이동을 제한하고 축사는 물론 드나드는 차량까지 철저하게 소독했는데도 ASF가 발생했다는 건 국내 첫 발생일인 17일 이전에 김포 농가 돼지들이 감염됐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ASF 잠복기는 최소 4일에서 최대 19일에 이른다.

잠복기가 끝나는 2주일 내에 김포 파주 연천과 맞닿은 경기 북부 지역은 물론 강원 일대에서 ASF 추가 발생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한 김포 농가를 드나든 차량이 전라 경상 충청 등 남부지역 농가를 방문했을 경우 확산지역은 더욱 넓어지게 된다.

유입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

양돈농가의 불안은 다시 커지고 있다.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ASF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어떤 경로로 전염됐는지도 모르는데 제대로 된 예방 대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게 이들의 걱정이다.

ASF의 감염 경로는 ①바이러스가 있는 음식물을 먹이거나 ②감염된 멧돼지를 통해 전파되거나 ③발생국을 다녀온 농장 관계자가 옮길 가능성 등 크게 세 가지다. 파주 연천 김포 등 ASF가 발생한 세 농가는 ①잔반을 먹이로 주지 않고 ②축사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으며 ③농장 관계자가 최근 ASF 발생국을 방문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6개월 뒤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그때까지는 그저 돼지 이동을 최소화하고 소독을 강화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방역당국은 돼지 사체나 분뇨가 임진강을 타고 확산됐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잠복기를 감안할 때 앞으로 2주일이 ASF 차단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방역활동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돈업계는 ASF 확산 우려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8일 이후 ASF 추가 확진이 나오지 않은 덕분에 이날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5001원으로 지난 금요일(20일)보다 348원 떨어졌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ASF 발생 여파로 지난 17일 ㎏당 6571원까지 뛰었다.

오상헌/김보라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