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국 충격을 안겼던 화성연쇄살인사건 진실 규명을 위해 경찰이 수사본부를 세웠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반기수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수사본부는 미제사건수사팀,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진술 분석팀, 법률 검토팀, 외부전문가 자문위원 등으로 구성됐다.
경찰은 우선 이번 용의자 특정의 실마리를 제공한 DNA 분석에 집중할 방침이다. DNA 분석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덕분에 오랜 시간이 지난 증거물에서도 DNA 검출이 가능해졌다. 경찰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지난 7월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총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용의자 A(56) 씨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이들 3건과 모방 범죄로 판명이 난 8차 사건을 제외한 6건의 사건에도 A 씨의 DNA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감정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A 씨를 상대로 한 정식 조사에도 착수한다. 지난 18일 경찰과 면담한 그는 화성연쇄살인사건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1995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은 앞으로 A 씨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착수하고, A 씨의 진술을 면밀히 분석해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이를 위해 A 씨를 경기남부경찰청 인근 교도소로 이감하는 방안도 관계기관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마지막인 10차 사건이 2006년 4월을 기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진범이 확인되더라도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며, 법정에 세워 죄를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를 바꿔 말하면 송치 시한 등 일반 사건에 적용되는 제약을 받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 셈이다.
경찰은 진범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서라도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기수 2부장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4년 7개월간 있었던 사건"이라며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증거물의 양이 많은데, 모든 것을 원점에 두고 종합적인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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