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평양선언' 썰렁했던 1주년…靑 침묵하고, 北도 논평 없어

입력 2019-09-19 17:27
수정 2019-09-20 02:57

‘9·19 평양공동선언’이 1주년을 맞았지만 남북한 대화가 끊어진 가운데 ‘마치 없었던 일’처럼 지나갔다. 지난해 9·19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주역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침묵했다. 남북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반쪽 행사’마저 대폭 축소됐다. 남북 대화가 끊긴 채 북한이 미국과 ‘직거래’에 나서면서 ‘통미봉남’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19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각계 인사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기념식을 열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버크 해밀턴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미 육군 대령) 등이 참석했다. 당초 파주 도라산역 일대에서 700여 명이 참석하는 평화열차 행사를 열 예정이었지만 ASF 여파로 행사 장소를 서울로 바꾸고, 약식으로 치렀다.

북한 매체들도 별다른 논평이나 보도를 내지 않았다. 앞서 4·27 판문점선언 1주년 때는 공동행사엔 응하지 않았지만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비망록을 발표해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이 없어 이례적이란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역시 미국과의 대화 국면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8일과 19일 연속 ASF 발생과 관련해 북한에 방역협력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5월 북한에서 ASF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방역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남북 최초의 ‘상시협의 채널’로 출발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14일 개소 1주년을 맞았지만 남북 사무소장 회의는 올 2월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연락사무소장을 맡은 서호 통일부 차관은 5월 취임했지만 북측 소장을 만나지 못했다. 대북 쌀 5만t 지원 계획도 북한의 거부로 잠정 중단됐다. 오히려 이달 들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군의 첨단무기 도입을 거론하며 대남 비방 수위를 높이는 등 의도적으로 ‘남한 무시’ 태도를 보이고 있다.

9·19 1주년 행사는 남측 홀로 치르면서 ‘반쪽’ 행사가 됐고, 우리 정부가 추진하려던 남북 접경지역의 ‘DMZ(비무장지대) 평화의 길’ 파주, 강원 철원 구간 운영도 ASF 발생으로 잠정 중단됐다. 정부는 19일 “이번 조치는 ASF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유지할 예정”이라며 “파주와 연천에서 발생한 ASF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범정부적 노력의 일환이자 선제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미아/박재원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