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장착한 '알짜 굴뚝株' 날아오를까

입력 2019-09-18 17:49
수정 2019-09-19 01:03
목재 가공, 화학제품 생산 등 전통적 사업을 펼치는 알짜 상장사들이 최근 2차전지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신성장동력의 가치가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C·동화기업·DI동일…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화학업종에 속한 SKC는 350원(0.81%) 오른 4만365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이후 기관투자가가 298억원어치 순매수하면서 3.2% 올랐다. 지난 6월 초 장중 올해 최저가(2만9950원)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지난 6월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핵심 소재인 동박 제조업체 KCFT의 지분 100%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KCFT는 초극박, 고강도 제품 생산이 가능한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2차전지용 동박은 얇을수록 많은 음극활 물질을 채울 수 있어 배터리 고용량화와 경량화에 유리하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용 2차전지는 2023년까지 연평균 54%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성장산업”이라며 “KCFT의 동박 생산량은 2019년 2만t에서 2020년 상반기 3만2000t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C의 영업이익도 KCFT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목재 가공업체 동화기업도 지난달 한국 최대 전해액 생산업체인 파나스이텍 지분(89.7%)을 인수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이후 동화기업 주가는 11.1% 올랐다. 전해액은 리튬이온전지 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리튬이온을 전달하는 매개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전해액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35.5% 성장할 전망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나스이텍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9억원에서 2022년 235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라며 “2022년 파낙스이텍 매출이 동화기업 매출의 16.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DI동일은 숨은 2차전지 사업 기대주로 꼽힌다. 원래 섬유소재 제조가 본업인 회사지만 자회사 동일알루미늄(지분율 90.4%)이 2차전지용 알루미늄박을 생산하고 있어 최근 기관투자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달 DI동일의 지분율을 6.28%까지 끌어올리면서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DI동일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자산이 590억원가량 있고, 전국의 소유 토지까지 합하면 보유 자산이 시가총액(약 1900억원)을 훨씬 넘어선다”고 말했다.

“저평가 매력 커”

2차전지 사업을 밀고 있는 이들 기업은 대부분 저평가돼 있다. 동화기업과 DI동일의 작년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각각 0.74배, 0.37배에 불과하다.

SKC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올해 예상 실적 기준 20.1배로, 다른 2차전지 소재 업체 평균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 주요 2차전지 소재 업체의 올해 예상 평균 PER은 45.7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동욱 연구원은 “동화기업은 올해 예상 PER(12.8배)이 국내 경쟁 건자재 업체에 비해선 높지만 2차전지 소재 업체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 회사의 2차전지 사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란 분석이다. 박연주 연구원은 “연내에 3세대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되면 배터리 출하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배터리 관련 업체의 주가 상승 촉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