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의 가장 큰 혜택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일하는 40대 직장인과 스포츠·레저업종 사업자에게 돌아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직장인 생활·소비 형태 변화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11일 발표했다. KT와 비씨카드에 지역별 휴대폰 사용 및 업종별 카드 사용 증감을 의뢰한 결과다.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근무시간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광화문 주변에서 일하는 40대 직장인이었다. 올해 3~5월 하루 근무시간이 1년 전보다 42.7분 줄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여의도, 판교, 가산디지털단지 등과 비교해 주 52시간제 시행 대상인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이 광화문 인근에 많기 때문이다.
광화문 일대 직장인 전체의 근로시간은 하루 605분에서 565.8분으로 39.2분 감소했다. 반면 가산디지털단지는 586분에서 586.6분으로 오히려 0.6분 길어졌다.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의도는 9.9분, 판교는 9.7분 근무시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간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카드사용액 증감을 분석했더니 유흥업 관련 사용은 대폭 줄고, 스포츠·레저 관련 지출은 크게 뛰었다. 회식이 줄면서 일반 주점, 노래방 등 유흥업종 이용액이 광화문은 9.3%, 판교는 18.4% 감소했다. 퇴근 시간이 빨라지며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가는 직장인도 감소해 여의도의 저녁 위탁급식 이용액은 64.8% 급감했다. 광화문은 11%, 판교는 10.5% 줄었다.
반면 조기 퇴근 후 여가와 자기계발에 나서는 직장인이 늘면서 관련 사용액은 서울 전체에서 18.3% 늘었다. 전체 이용액 증가(9.2%)의 두 배에 이른다. 특히 스포츠와 레저 관련 소비 증가세가 가팔랐다. 여의도에서 스포츠·레저 업종 이용액은 103.5% 늘었고 판교는 골프업종 이용액이 93.8% 뛰었다. 광화문에서는 여행업 관련 결제가 56.5% 증가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