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소리 나면 스마트폰이 '위급상황' 전송…"AI로 소리분석하죠"

입력 2019-09-10 17:18
수정 2019-09-11 02:55
“일상 속 소리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이터가 담겨 있어요. 인공지능(AI)으로 이를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게 우리의 일입니다.”

10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서울에서 만난 한윤창 코클리어닷에이아이 대표(사진)의 설명이다. 소리 분석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주는 것은 기본이다. 가정이나 공공 장소의 위급 상황을 감지할 수도 있다.

시작은 서울대 음악오디오연구실이었다. 석·박사 과정을 밟던 AI 전문가 6명이 의기투합해 소리로 AI를 분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 한 대표는 “AI를 통해 음악의 장르가 무엇인지, 어떤 악기가 쓰였는지 등을 분석하다가 전문적으로 소리를 다루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설립된 2017년 7월만 하더라도 소리를 분석하는 회사가 없었다.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화웨이와 어도비, 페이스북, 구글 등이 AI 기반 소리 분석에 막대한 연구개발(R&D) 예산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코클리어닷에이아이가 시장의 흐름을 한발 앞서 읽은 셈이다.

첫 작품은 SK텔레콤의 음악 플랫폼 ‘플로’에 들어갔다. 이용자가 들었던 음악과 비슷한 장르, 무드, 템포를 보이는 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한다. 가수나 작곡자 등을 기반으로 음악을 골라주는 서비스보다 한 수 위다. 한 대표는 “음악 분석이 가능한 기업이 별로 없었다”며 “희귀한 비즈니스 모델 덕에 시장에서 빨리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최근엔 AI로 환경 소음을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엔 비명 소리나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 스마트폰 등으로 알림을 보내는 ‘위급상황 감지 시스템’을 선보였다. 올해 안으로는 강아지가 짖거나 아이가 웃는 등의 상황을 감지해 알림을 보내는 ‘집안 상황 감지 시스템’도 내놓을 예정이다. 한 대표는 “폐쇄회로TV(CCTV)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생활 속 위기 상황이 무궁무진하다”며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소리 분석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코클리어닷에이아이는 현재까지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9억원 안팎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