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원조' 영국보다 네 배 많은 성과 낸 비결은

입력 2019-09-08 17:11
수정 2019-09-09 02:18
81건 대 20여 건. 지난 1월 도입한 한국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 건수와 영국의 반년 평균 승인 건수다. ‘규제 샌드박스의 원조 국가’인 영국보다 한국의 성과가 네 배 많다. 작년 도입한 일본의 총 승인 4건에 비해선 압도적으로 많다. 심사 기간도 한국이 훨씬 짧다. 영국과 일본은 평균 6개월인 데 비해 한국은 44일에 그친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경우 실증특례 또는 임시허가를 통해 출시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 주는 제도다. 한국이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영국과 일본에 비해 높은 성과를 낸 것은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영국 일본 등은 실증특례 중심 제도를 도입했으나 한국은 규제의 신속한 확인과 임시허가, 실증특례 세 가지 제도를 함께 도입해 실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규제 샌드박스 적용 분야도 넓다. 금융 분야 위주인 외국에 비해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했다. 지난 4월 도입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일하거나 비슷한 사례에 대해서는 복잡한 심의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제도다.

일반적인 심의는 신청서를 접수하면 관계 부처 검토와 사전검토위원회 조율, 관계 부처 간 세부 내용 추가 조율, 심의위원회 의결 등 총 다섯 단계 과정을 거친다. 길면 세 달이 걸린다. 패스트트랙 심의는 이 과정을 세 단계로 압축했다. 심의 기간이 길어야 두 달 이내란 설명이다.

패스트트랙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도입을 적극 주장했다. 유 장관은 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등에서 “규제 샌드박스 신청이 쇄도하면 비슷한 과제들은 패스트트랙으로 보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제5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총 7건의 규제 샌드박스 신청 과제를 패스트트랙으로 심의·처리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가 지난달 가장 먼저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해 ‘이동형 가상현실(VR) 체험 트럭’ 등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