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선택 방해하는 인간의 '손실 회피' 심리

입력 2019-09-05 17:20
수정 2019-09-06 00:39
연봉협상을 앞둔 사람에게 선택의 기회가 생겼다. 하나는 자신이 3000만원을 받고 동료가 2000만원을 받게 되는 경우(A)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4000만원을 받고 동료가 5000만원을 받는 상황(B)이다. 어떤 선택이 합리적일까. 유효상 숭실대 교수가 실제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A를 선택했다.

이런 선택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대비 효과’다. 사람들이 이익을 거부하고 오히려 손해보는 선택을 한 것은 합리적 계산보다 자신과 다른 대상을 비교해 가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판단은 왜곡되거나 비합리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유 교수의 저서 <판단과 선택>은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준거점(기준점) 비교’ ‘민감도 체감성’ ‘손실회피 심리’ 등에 대해 설명한다. 연봉이 4500만원에서 500만원 오른 철수와 6500만원에서 500만원 삭감된 영수 중 철수가 더 큰 만족을 느끼는 것은 서로 다른 준거점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은 부의 가치를 절대적 크기가 아니라 상대적 이익과 손실로 평가하기에 각자 마음속 준거점에 따라 손실과 이익의 가치를 오판한다”고 설명한다.

‘민감도 체감성’은 이익 또는 손실이 커질수록 그 차이를 덜 민감하게 느끼는 경향이다. 처음 100만원을 잃었을 땐 큰 고통을 느끼지만 이후 1000만원을 잃어도 실제 1000만원어치의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실회피 심리’는 이익과 손실 확률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심리에서 기인한다. 100만원을 벌었을 때 느끼는 행복의 크기보다 100만원을 잃었을 때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두 배 이상이기에 손실이라 생각되면 무조건 피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책은 우리 사고 속 편향성에는 이처럼 여러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런 패턴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 존재’라는 전제에서 평소 당연하게 귀결되는 결론들에 접근한다면 판단과 선택 시 발생할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효상 지음, 클라우드나인, 352쪽, 1만7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