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펫코노미'의 명암

입력 2019-09-04 17:48
수정 2019-09-05 00:14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하는 시대다. 반려동물 관련 신조어도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펫팸(pet+family)족’ ‘펫티켓’(공공장소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갔을 때 지켜야 할 에티켓)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 사망시 나타나는 슬픔 우울 대인기피증 등의 증상) ‘딩펫족’(딩크족과 펫의 합성어로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기르며 사는 맞벌이 부부) ‘펫시터’(반려동물을 주인 대신 돌봐주는 사람) 등이 그런 것들이다.

신조어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료, 간식, 옷, 집, 장난감 등 관련 용품의 매출은 업체마다 매년 50% 안팎에서 몇백%까지 초스피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려동물용 피자인 ‘펫피자’가 등장한 데 이어 추석을 맞아 반려동물 맞춤 한복까지 나왔다. 2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하남 스타필드, 여의도 IFC몰 등은 반려견 동반 쇼핑을 허용하며 반려인 쇼핑객 유치에 나섰다. 이렇다 보니 ‘펫코노미’(펫과 이코노미 합성어) 규모는 2014년 1조5000억원에서 올해는 3조원가량, 2020년에는 7조~8조원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특히 병원비가 문제다. 개나 고양이 중성화 수술의 경우 2박3일 입원비와 수술비 등을 합해 70만~80만원이 나올 때도 있다.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어도 가족이라는 생각 때문에 입원 내지 통원 치료를 계속하면서 수백만원을 쓰는 사례도 왕왕 있다.

유기·유실되는 반려동물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2015년 8만2100마리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12만1077마리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였다. 유기동물 보호 비용만 지난해 200억원 넘게 들었다. 유기·유실 동물의 20%가량은 정해진 기간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됐다. 관련 분쟁과 갈등도 증가 추세다. 개의 입마개 착용 여부, 반려동물 장묘시설 건설 등을 둘러싼 비반려인과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동물병원이나 펫시터를 둘러싼 분쟁 역시 증가 추세다.

그럼에도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반려동물은 더 늘 것이라고 한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사람이 아니라 동물로부터 위안 받고 싶어한다는 건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얘기이기도 하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