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을 소망한다

입력 2019-09-01 14:25
수정 2019-09-01 14:26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보험회사에서 직원 포상 여행으로 서울을 오고 싶어 하는데 1200여 명이 갈라디너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문의를 받으면 언제나 곤혹스럽다. 마땅한 곳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며 가진 자료를 확인해 보지만 역시나 추천할 만한 곳이 없다. “서울에 없다고요?” 하며 의아함과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을 들으면 안타깝다.

갈라디너는 저녁 만찬 행사로 공연 및 이벤트 등을 위한 무대, 조명, 음향시설을 갖춘 연회장이 필요하다. 간혹 식음료 제공이 불가능한 장소면 외부 케이터링 업체를 이용해 음식반입을 하되 이를 보관하고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런 행사를 할 수 있는 곳은 호텔, 컨벤션센터, 대형 레스토랑 등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서울에는 1000명 이상의 대형단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코엑스를 제외하면 3~4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항상 예약이 있어 이용하기 어렵다. 국제적인 도시로 알려진 서울에서 대형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이다.

많은 이가 서울은 국제행사를 유치하기에 국내 어느 도시보다 앞서 있고, 해외 도시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서울은 세계 주요 경쟁 도시들과 비교할 때 시설 면에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일산, 부산 등 국내 도시들과 비교해도 낫다고 볼 수도 없다.

아시아 상위 10개 전시컨벤션시설 단일 규모를 보면 방콕(13만7000㎡) 9위를 제외하고 상하이(40만㎡)를 비롯해 중국 도시가 모든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2018년 말 기준). 여기에 중국 선전의 전시컨벤션센터(50만㎡)가 9월 하순에 오픈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게 된다. 타이베이에도 3개의 전시컨벤션센터(총규모 15만㎡)가 있다. 반면 서울은 3개의 전시컨벤션센터에 총 규모가 약 6만5000㎡다. 일산 킨텍스(약 10만8000㎡), 부산 벡스코(약 8만㎡)보다도 규모가 작은 게 현실이다.

마이스(MICE: 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는 기업회의, 포상 여행, 국제회의, 전시를 일컫는 말로 여타 산업과 비교해 부가가치가 높기에 주요 도시들은 마이스 단체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지원프로그램 확대, 유치 홍보마케팅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노력으로 국제회의 개최 건수에서 UIA(국제협회 연합) 기준 세계 3위, ICCA(국제컨벤션협회 기준) 15위라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1000명 이상의 대형단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마이스 성장의 한계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잠실의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소식은 가뭄에 단비 같은 희망이다.

서울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도시이고 외국인들은 그 상징적인 도시를 방문하고 싶어 한다. 수용 능력 부족으로 그들을 다른 도시, 다른 국가로 보내야 하는 아쉬움은 언제 해소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