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게놈데이터' 분석 서둘러야...게놈클러스터 조성 필요

입력 2019-09-02 18:43
수정 2019-09-02 18:44

인터뷰_김성호 인천대 석좌교수

“개인 유전자 정보인 게놈(genome)의 연구데이터가 백인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서 한국인 특유의 게놈연구가 본격화돼야 합니다.”

김성호 인천대 석좌교수는 “미국의 주요대학과 게놈연구기관의 데이터는 주로 백인과 흑인 위주의 자료”라며 “순수 한국인의 유전자 연구로 얻어낸 데이터를 활용해 질환을 예방하고, 신약을 개발해 사업화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게놈은 인간 유전정보의 총합체다. 게놈연구로 개인의 질병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 추정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인 게놈연구가 시작되면 지역간, 성별, 연령대 데이터가 만들어져 국민의 건강유지와 질병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고통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회복력은 더 빨라진다. 하지만 늦게 발견할 수록 치료과정이 고통스럽고, 회복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김 교수는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가족력에 따른 사전예방도 필요하지만,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얻은 게놈데이터는 초기진단은 물론 예방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립선암은 유전적 영향, 유방암은 환경적 영향이 크다”며 “개인 게놈의 연구 데이터가 확보되면 암의 종류에 따른 예방 방법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게놈연구를 위해 산학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 데이터의 보관, 분석, 해석, 대중설득 등 다양한 업무를 관계기관과 공동으로 수행해야 되기 때문이다.

게놈연구와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함께 게놈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천대는 김 교수의 이런 게놈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지난해부터 대학발전기금 100억원 조성 목표로 1만원 기부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기부자는 개인 동의 후 무료로 유전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인천시민 1만 명의 유전체를 확보해 질병을 예측·연구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개인의 유전체 데이터와 질병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학의 생명과학 연구, 참가자들의 질병예방, 신약개발 등에 활용한다. 대학 관계자는 “다양한 질병의 유전적 요인과 비유전적 요인을 인공지능 방법으로 분석한다”며 “각종 암, 신경질환, 자가면역 질환같은 만성질병들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의 특화산업인 바이오·헬스밸리 육성에 게놈연구를 연결시켜 융·복합 바이오 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놈클러스터 조성과 홍보 등 게놈연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게놈연구의 윤리, 법적, 사회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꼽았다. 생명윤리에 대한 문제, 개인의 생체학적 비밀 노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그는 "게놈연구의 긍정적인 측면을 홍보하고 이해시키는 설득과정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게놈연구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사용하는 지 증명해보이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게놈연구는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생명과학이 새롭고 용감한 세상을 열어 갈 것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937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과 출신이다. 1962년 미국으로 건너가 피츠버그대에서 물리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듀크대 등을 거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명예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구조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