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계약 가격) 하락세가 8개월 만에 멈췄다. 지난달부터 이뤄진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규제 여파로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등 일부 업체의 감산 결정으로 구매심리가 다소 개선된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들어가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8월 고정거래가격은 2.94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전과 같은 가격이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달 대비 하락세를 멈춘 것은 지난해 12월(전달 대비 0.83% 상승) 후 8개월 만이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SB드라이브 등 저장장치에 주로 쓰이는 낸드플래시의 고정거래가격은 올랐다. 범용 제품인 128Gb 멀티플레벨셀(MLC) 제품 가격은 이달 평균 4.11달러로, 7월 말(4.01달러)보다 2.5%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도체업계에선 재고 소진, 대형 고객사의 주문 확대 등 ‘업황 개선 신호’가 아직 뚜렷하지 않아 본격적인 상승 전환을 가늠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hr >
日 수출규제·SK 감산 선언…D램 가격 하락세 제동 걸려
재고 수준 여전히 높아…고정價 반등 가능성은 낮아
올 들어 D램 고정거래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D램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서버 업체들이 지갑을 닫은 영향이 컸다.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업체 재고는 쌓여 갔다.
지난 7월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업체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시장에 확산됐다.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지난 7월엔 D램 2위 업체 SK하이닉스가 감산을 발표하면서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사자’는 심리가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D램 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중국 구매자들을 중심으로 커졌다”며 “D램 업체들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가면서 가격 하락이 진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하락세는 멈췄지만 향후 D램 고정거래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다. 일본 수출 규제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재고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6월 말 기준 반도체 재고는 14조5231억원 규모로, 1분기 말 14조5796억원보다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SK하이닉스 재고(5조5887억원 규모)는 직전 분기(5조1175억원) 대비 오히려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수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소재 부족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높은 재고 수준이 가격 상승을 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플래시와 관련해선 “일본 도시바의 낸드 라인 정전 여파로 가격이 올랐지만 향후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내다봤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